코로나 팬데믹으로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달라졌다. 직면한 코로나 유행이 인류사를 바꾸게 될 거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예상하고, 또 실감하고 있다. IMF 위기가 이후 20여 년의 시대 성격을 규정지었다고 할 수 있듯이 지금의 코로나도 향후 20년을 규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커다란 사건이고, 전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보다 진짜 무서운 놈은 기후위기다. 바이러스는 기후위기의 결과물이다. 환경파괴의 결과는 태풍이나 폭염처럼 직접적인 환경재앙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간접적으로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을 주기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기후위기가 임계 수준을 넘으면 어느 순간 지구의 전체 균형이 깨져버리는 ‘티핑포인트’가 일어난다. 이것은 인류에게 실존적인 위험이다. 이제는 기존 체계로는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면서도 치명적인 위기가 일어날 수 있는 지구의 역습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선진국에 의한 각종 환경규제가 나타날 수 있다. 유럽과 미국 정부가 탄소중립 등 각종 환경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정부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고 전 세계에서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 이행을 법제화했다.

국가적인 큰 틀에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제도 마련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참여와 실천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시민의 삶 속에 탄소중립을 녹여내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탄소중립의 촉매제가 되어주어야 한다.

광명시는 민선 7기 시작과 동시에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기후에너지 거버넌스 구축에 뛰어들었다. 2050 탄소중립의 원동력인 시민을 중심으로 에너지시민기획단을 꾸려 광명시에 맞는 맞춤형 기후위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토론을 시작했다. 그 결과로 5대 전략, 13개 부문, 59개 과제로 이루어진 탄소중립 목표와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지원할 기후에너지 전담부서를 2018년 전국 최초로 신설했다. 2020년에는 지역 에너지 거점 중간조직인 기후에너지센터를 개소해 민관협치를 통한 새로운 에너지 전환정책 수립의 기반을 마련했다.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나서는 본격적인 기후문제 인식 확산에 돌입했다. 광명자치분권대학에 기후에너지학과를 개설하고 기후문제에 관심이 있는 시민을 모아 교육을 진행했다. 그 밖에도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기후에너지를 교육할 시민강사를 양성했고 이들이 또 학교와 여러 기관에서 기후에너지 교육을 실시했다.

이렇게 시민을 통해 광명시 전반으로 확산된 기후위기 의식은 광명시 기후대응 정책에 뚜렷한 특징을 갖게 했다. 바로 자발적인 시민주도형 활동으로 상향식 변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1.5℃ 기후의병과 넷제로에너지카페다. 1.5℃ 기후의병은 조선시대에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의병이 조직되었던 것처럼 지구를 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광명시민을 부르는 말이다. 지구온도 1.5℃의 상승을 막고자 서로를 1.5℃ 기후의병이라 칭하며 모인 시민들은 10·10·10 소등캠페인, 줍킹, 광명시민햇빛발전소 운영 등 기후행동을 적극적으로 펼쳐가고 있다.

이들의 활동 영역 중 하나가 넷제로에너지카페다. 기후에너지에 관심이 있는 민간 카페와 광명시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에너지 관련 학습과 기후에너지 모임활동, 시민교육을 할 수 있는 넷제로에너지카페를 운영 중이다. 현재 총 17개소의 넷제로에너지카페가 있으며 원하는 시민은 누구나 이곳에서 신재생에너지 체험과 기후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신은 항상 용서하고, 인간은 가끔 용서하지만,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라는 스페인 속담이 있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자연이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과거의 방식대로 자연을 소비한다면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위기를 또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 바꿔야 한다. 탄소중립을 향한 참여와 실천의 힘으로 자연의 노여움을 풀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박승원 광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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