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에 촉법소년의 연령 하한선을 따로 적시하지 않은 채 업무보고를 하였다고 한다. 이는 당선인의 공약에 촉법소년의 하한을 만 14세로부터 만 12세로 하향 조정하자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 역시 촉법소년들의 강력범죄가 해마다 늘어나는 점을 근거로 하여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흡사한 공약을 제시했었다.

대법원의 ‘촉법소년 범죄접수’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2017년 6천286명에서 2018년 6천14명, 2019년 7천81명, 2020년 7천535명, 2021년 8천474명으로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방화는 2017년 57건에서 2021년 77건, 같은 기간 강간도 11건에서 21건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런 실태는 범죄의 흉포화란 표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행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1953년 제정됐다. 공교육 개념마저 희박하였던 당시의 사회 환경에 비하여 현재 아이들이 처한 상황은 현격한 변화를 이루었다. 휴대폰으로 온라인만 연결해도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범죄와 관련된 전문지식도 온라인에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현재도 아이들이 철이 없어서 충동적으로 범죄에 연루된다는 식의 주장은 어쩌면 구태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법무부가 논의하는 방안은 촉법소년의 범위를 ‘만 10세 이상~만 12세 미만’으로 좁히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로 중학생에 해당하는 만 12세와 13세 청소년 범죄자들은 법원 소년부가 아닌 일반 형사 법정에 서야 한다. 보호처분과 달리 그때부터는 전과(前科) 기록도 남게 된다. 동시에 이들 어린 아이들은 소년원이 아니라 소년교도소에 수용된다. 2017년부터 최근 5년간 강력 범죄를 저지른 만 13세는 2만2천202명, 만 12세는 7천338명이다. 이들이 이제는 김천에 있는 하나 뿐인 소년교도소에 수용될 것이다.

필자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데에 반대해왔다. 물론 시대에 따라 청소년의 생물학적 발달속도가 변화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했다는 사실도 반대했던 이유기도 했지만 제일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리 어린 소년범죄자라도 교육과 선도가 필요할 터인데, 현재의 교정교화시스템으로는 이들의 범죄성을 희석시킬 수 없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철저히 교육기관의 성격을 갖춘 소년원 체제에 비하여 소년교도소는 사실상 교도관이 관리감독을 하는 형사시설이다. 물론 아이들의 경우 형이 확정되면 소년교도소로 넘어와 22세까지 어른들보다는 수용규칙이 조금 더 관대한 이 교도소에 수용된다. 이후 23세가 되면 성인교도소로 이감되어 잔형기간을 채우게 된다. 이렇게 교육기관의 형태냐 아니냐 뿐 아니라 소년원과 소년교도소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전과기록이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철저히 전과자로서의 낙인을 달고 살아야 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암시, 자아정체성, 자아상 등 ‘내가 누구인가’라는 자의식일 것이다. 한 번 찍히면 번복하기 어려운 낙인, 바로 그것을 우리는 열두 살, 열세 살짜리들에게 문신처럼 찍는 일을 하려는 것이다.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행각이 흉포화 되었다면 응보적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 내려져야 하겠다. 하지만 고민해봐야 하는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린 소년들이 교육되지 않아도 되냐는 질문이다. 아직 어린애들이 사회적으로 격리되어 부모와의 관계도 교육도 심지어는 사회화도 되지 않은 채 사회로 복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아닐지? 구치소에서부터 성인 흉악범들과 뒤죽박죽 섞여 모든 친사회적 규범은 멀리한 채 괴물이 되어 사회로 복귀해도 되는 것인가? 정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걱정이 앞선다. 만일 공약대로 이행을 하자고 한다면 당장 소년전담법원을 설치하고 소년교도소 시스템을 대폭 뜯어고치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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