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이제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기저기서 집으로 배송된 한 뭉치의 선거공보물을 바라보며 선거일이 공휴일이라 좋긴 하지만 왜 귀챦게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선거까지 해야 하냐는 볼멘 소리가 들린다. 심지어 대통령, 국회의원만 뽑으면 되지 뭐하러 지방선거까지 해야 하냐며 지방자치는 필요 없다는 식의 정치불신도 엿보인다. 일견 시민들의 푸념이 이해가 가면서도 필자의 직업이 도의원인지라 그동안 열심히 의정활동을 해온 것이 내심 섭섭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방정치야말로 내 주변의 소소한 환경을 바꾸는 진정한 생활정치의 영역인데도 너무나 몰라주기 때문이다.

사실 시민의 삶 대부분은 지방자치와 맞닿아 있다. 아침부터 상수도를 통해 공급되는 물로 몸을 씻고, 밥을 해 먹고, 우리는 쓰레기를 배출한다. 보도블럭을 걸어 버스정류장에 다다르면 마을버스와 시내버스를 타고 잘 정비된 도로를 달리고, 동네 공원을 산책하기도 하며, 인근 가게에서 물건도 산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가는 아이와 안전순찰을 하시는 소방관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우리의 일상은 사실은 국가가 하는 행정이 아니라 오로지 지방자치단체가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고유의 사무인 것이다. 이렇듯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건만 정작 시민들의 반응은 무관심하기 일쑤다.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서유럽에서는 내 삶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행정을 하는 곳이 지방정부라는 인식이 명확하다. 이 때문에 국가보다 지방정부를 우선시하는 생각이 일찍이 정착되었고, 심지어는 시청을 의회라고 표기하는 곳도 많은 실정이다. 그네들에게 있어 지방자치는 자그마한 결정도 마을에 주민들이 모이거나 대표자가 모여 결정하는 실질적 의미의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고, 꽃피우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넘어 문화강국이자 세계를 선도하는 일류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국가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지만 여전히 우리의 정치 풍토는 그 눈높이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어 씁쓸하기만 하다. 이제야말로 우리의 지방자치와 지방정치가 생활정치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할 중요한 때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전히 정당들의 후보자 공천은 시민의 눈높이가 아닌 정당의 입맛에 맞고, 중앙정치에 복종하는 인사들로 공천되고 있어 필자 역시 지금의 정치토양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러한 빗나간 정치문화를 뒤바꿀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깨어있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에 있다. 시민들이 선거를 귀챦게 여기고, 선호하는 정당에 따라 묻지마식 투표 행태만을 되풀이한다면 생활정치 중심의 지방자치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는 오직 중앙정치에 기댄 정치꾼들이 활기치는 세상을 도와주는 형국이 되고 만다.

시민 스스로 후보자 개인의 공약과 살아온 발자취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후보자가 시민의 대변자로써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옥석을 시민들께서 직접 구별하여 투표에 적극 참여해 주실 때 우리의 생활정치 중심의 지방자치는 성공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경기도는 새로운 경기도지사, 경기도교육감, 31명의 시장·군수, 156명의 경기도의원, 463명의 시·군의원을 선발하게 된다. 새로운 지역일꾼을 무려 652명이나 선출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선거다.

특히 경기도지사와 경기도교육감은 2022년 기준 경기도청 33조 6천억 원, 경기도교육청 19조 2천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막중한 자리이다. 또한 156명의 경기도의원도 경기도청과 경기도교육청의 예산 52조 8천억 원의 살림을 살피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다. 도의원이 156명이라 많아 보이겠지만, 의원 1명이 다루어야 하는 예산 규모만 따져 봐도 3천 400억 원에 달하니 결코 쉽거나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우리 시민들이 낸 피 같은 세금을 사용하는 자리이기에 결코 허투루 아무나 선출해서도 안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두 눈 부릅뜨고 정말 제대로 된 후보자를 선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권정선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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