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광범위한 가해자 집단과 수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가해자들에게 대한 처벌은 어느 정도는 이뤄졌지만 피해자들의 아픔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지난해 2월1일 개소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는 피해자들에게 그 날 이전의 일상을 되돌려 주기 위해 출범했다.

전국 최초 광역단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기관으로서 1년, 백미연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장을 만나 그간의 활동을 되짚어봤다.

-개소 1주년을 맞이했는데.
"지난 1년 동안 피해자 관점에서 피해자의 일상회복과 디지털성범죄 대응과 예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걱정과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디지털성범죄 대응과 피해지원 방법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했다. 이 때문에 도민과 피해자들이 센터를 통해 디지털 성착취물 삭제 지원, 모니터링 등 다양한 피해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것을 알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열심히 우리센터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피해지원의 통로를 찾지 못해 혼자 힘들어하는 피해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 전국확대에 대해 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도에 이어 인천, 서울에서 센터가 개소했고 다른 광역단위에서도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센터 개소 담당자들의 문의가 이어졌고,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지원기관의 경기도형 센터모델을 컨설팅하는 것도 센터에서 하는 중요한 일이 됐다. 전국적으로 공공에서 책임지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지원기관이 많아진다는 것은 피해자가 다양한 지원을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싶다."

-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
"우선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입은 경기도민(거주, 재직, 재학 등)이라면 누구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화상담(1544-9112)과 카카오 채널(031cut), 전자우편(031cut@gwff.kr)으로 접수가 가능하다. 경기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는 디지털 성착취물 삭제지원, 재유포·유포 모니터링, 법률지원, 안심지지 동반, 수사·전문심리상담·의료 연계 등 피해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디지털성범죄 예방을 위해 대상별 교육과 콘텐츠 개발, 대민홍보, 피해지원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에 힘쓰고 있다."
 

-피해회복과 예방을 위해 어떤 점이 중요한가.
"‘2021 경기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전체 피해자의 45.3%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저연령화’가 확인됐다. 특히 아동·청소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신뢰관계를 형성한 후 성범죄를 행하는 ‘온라인 그루밍’과 같은 신종 디지털성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아동·청소년들이 적절한 피해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현장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교장, 교감, 교사 등 교직원에게 피해학생을 알아차리고 적극적으로 피해지원기관에 연계해 수사 의뢰하는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발생 시 로드맵 제공이 시급하다고 생각해 교직원 대상 ‘디지털 성범죄 역량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에 아동·청소년의 경우,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경우도 상당하다. 특히 아동·청소년 경우에 호기심과 재미가 범죄 동기인 경우가 많아 타인의 삶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 지원 강화’와 동시에 ‘디지털 시민윤리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문제로는 ‘디지털 성착취물의 상업화·산업화’경향을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성착취물 유통이 용돈벌이, 고수익 사업의 아이템이 되고 있고, 간접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사회문화가 뿌리 깊다. 돈으로 사고 팔아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한 제도적·문화적 기준을 명확한 확립이 필요하다. 인간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법과 정책적, 문화적 전환이 시급하다. 또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규제강화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요청드린다. "

-앞으로 계획은.
"디지털성범죄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수법도 더 교묘해지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성범죄가 보이스피싱, 성매매 등과 같은 다른 범죄들과 복합적으로 결합해 일어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센터는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경기도교육청, 여성긴급전화 1366경기센터, 젠더폭력 방지 유관기관, 민간 활동단체 등 도내 공공 및 민간자원이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피해자 지원 허브’ 역할하고자 노력했다. 앞으로도 지능화되는 디지털성범죄에 대응해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유관기관들이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또 광역단위의 다른 센터들과 연합해 홍보와 문화인식, 피해자 지원 연계 등을 위한 네트워크도 만들어가고 있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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