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문일꾼교회. 네이버 거리뷰 캡처
미문일꾼교회. 네이버 거리뷰 캡처

인천 동구에 아파트 3천183호를 짓는 화수화평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놓인 교회 건물(현 미문일꾼교회)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천도시산업선교회(도시산선)가 화수화평재개발조합과 교회 건물을 철거하고 이전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두 단체는 지난 25일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세미나실에서 ‘화수화평 재개발 관련 상생방안 합의서’를 작성했다.

화수·화평재개발사업은 지난 2009년 공동주택 3천여 세대를 짓기 위해 화평동 1-1번지 일대 18만998㎡ 규모의 부지가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며 시작됐다.

이 사업은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장기간 표류하다 지난 2019년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고 2021년 시가 이 사업을 조건부 수용하면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도시산선 측에서 현 교회 건물이 ‘동일방직 사건’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피신을 돕는 등 인천 민주화 운동의 역사라는 이유로 철거에 반대하며 사업이 지연됐다.

때문에 조합과 도시산선측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았는데, 최근 조합에서 철거 이후 교회 보존 방안을 제안하며 도시산선이 합의한 것이다.

합의서를 보면 조합은 기존 교회 건물을 재개발구역 내 획지 1-3 부지로 이전하는 데 원형대로 이축 가능하도록 신축 부지와 시설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현 교회 건물의 위치에 교회의 역사를 기록한 상징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시도 인천의 노동역사문화를 전시할 수 있는 노동역사문화관(가칭)을 획지 1-3 부지 인근에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조합은 이번 협의로 지난 2년간 지지부진 했던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조합은 올해 상반기까지 문화재 현상변경심의를 신청해 올해 안으로 사업 시행 인가를 취득할 계획이다.

전기원 화수화평재개발사업조합 조합장은 "사업 추진에 있어 시의 문화재 심의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이번 협의로 문화재 심의를 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지지부진했던 사업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민우 도시산선존치범시민대책위원회 실행위원장은 "이번 협의로 조합이 원형 그대로 이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인천시가 노동역사문화관을 만들어 역사성을 보존 전시하기로 했다"며 "이번 결정이 완전한 존치는 아니지만, 지금껏 투쟁해 역사를 보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예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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