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LED 리얼 플라워 협회’, 자격증 발급
‘빛의 정원’ 통해 저렴하게 재료와 상품 공급

 

얼핏 보기에는 그냥 예쁜 화병에 장식한 생화거나 조화이거니 싶다. 하지만 특정한 방법으로 스위치를 켜면 형형색색의 불빛이 화려하게 발광하며 아름다움을 더한다. 바로 ‘LED 리얼 플라워’에 대한 얘기다. 분명 공예가 맞긴 하지만 한편으론 아니기도 한, LED 리얼 플라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신윤희 작가를 만나 들어봤다. 

화성시 안녕남로에 위치한 ‘빛의 정원’. 이곳이 신 작가의 공방을 겸해 작업에 필요한 각종 재료들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다. 특히 그가 2년 전 완성한 ‘국제 LED 리얼 플라워 협회’의 본거지로, 교육과정과 자격증 발급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위해 들어선 실내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우선 대형 조명가게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알록달록 빛나고 있는 꽃들의 자태에 마음을 빼앗겼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어우러져 정갈하게 줄지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각각의 독특한 모습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면서 한동안 눈길을 사로잡았다. 

단순히 예쁘다는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이 작품들은 모두 신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뒤 전기회로 기술을 더해 탄생했다. 그 중에는 크고 작은 화환도 있고, 축제나 행사장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만한 자이언트 플라워도 있었다. 특히 입술 모양, 우산을 쓴 소녀, 인어공주 등의 벽걸이용 조각에 LED 플라워로 포인트를 준 인테리어 소품과 블루투스 기능을 가미해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피커, 음성녹음이 가능한 꽃다발 등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건물 외부에서 봐서는 절대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양과 종류의 재료도 놀라웠다. 다양한 꽃과 화병은 물론 각종 부속품들까지 숫자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가득차 있는 것이 흡사 보물창고를 연상케 했다. 신 작가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협회가 만들어졌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수업도 많이 줄고 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예고했다. 이어 "‘빛의 정원’은 상품을 포함해 모든 재료를 공급하기 위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일석삼조’ 이상의 매력,  LED 리얼 플라워
"인테리어 효과와 조명 기능 두 가지를 한꺼번에 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또 열이 없어 화재 위험이 없고,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아 소켓에 물이 들어가도 안전합니다. 게다가 1년 열두 달 켜놔도 전기세 부담이 거의 없어요. 또 다양한 기술 접목이 가능하고 탄소배출도 되지 않아 친환경적이니 이만한 게 없지 않겠어요?"(웃음)

듣고 보니 최근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ESG경영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냥 ‘LED 플라워’가 아니라 굳이 ‘LED 리얼 플라워’라 부르는 이유가 궁금해 물으니 대뜸 만져보라는 신 작가다. 곧 ‘어머’ 소리가 절로 나는 꽃잎의 촉감은 생화라 믿을 정도였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의 열정과 숨은 노력이 배어있음을 이내 알 수 있었다.

"LED 플라워가 뭔지도 잘 몰랐는데 가격이 워낙 비쌌어요. 이거 한 번 살려보겠다고 해외로 열심히 뛰어다녔죠. 그렇게 7~8년 전부터 수입을 하기 시작해 재료나 상품의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올해로 11년차가 된 신 작가는 자신에게서 배워 창업한 제자들이 ‘원장님 덕분에 돈 많이 벌었어요’라는 연락이 올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제품을 만들어도 판매처가 없어 고생한 시절을 떠올리면 그런 마음이 더하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작품 하나를 내놓는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자격증을 따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신 작가는 "생화의 경우 꽃꽂이 할 때 짧으면 빼면 되고 길면 자르면 되는데, LED 플라워 아트는 모든 꽃의 디자인이 손 안에서 끝나야 된다"며 "미리 길이를 정해놓고 높낮이를 손끝에서 조절해야 하는 섬세함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볼트를 구현해 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꽃마다 밑에 전선이 다 나오게 되는데 마지막엔 플러스, 마이너스 하나씩만 있어야 된다는 설명으로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당연히 없다. 1·2급 나눠진 교육 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배우고 익힐 수 있으며 소자본 창업까지 가능하다. 다만, 꾸준한 반복 연습을 위한 시간 투자는 필수일 듯하다. 기껏 터득한 기술을 잊어버릴 수 있는 까닭이다. 참고로 2급에서는 직렬, 병렬, 혼합연결 등 기초 기술을, 1급에선 광섬유나 리모컨 연결, 저항값 계산 등 고차원적 기술을 가르쳐 준다. 도자기나 토분, 철과 나무, PVC 등에 대한 타공 노하우는 1급에서 다뤄진다.

◇LED 리얼 플라워를 하면 똑똑해진다 
원래 냅킨 공예를 하던 신윤희 작가는 우연히 종이꽃이라는 크리스탈 플라워를 접한 뒤에야 이쪽과 연이 닿았다. "크리스탈 플라워 얘기를 듣자마자 혹해서 등록을 했죠. 근데 겨우 두 작품 만들어 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한 1천만 원 정도 날린 것 같아요."(웃음)  .  

사업가 체질을 타고난 탓이었을까? 그 길로 사방팔방 수소문 끝에 결국 찾아낸 것이 ‘LED 리얼 플라워’였다. 때마침 친구 남편이 전구를 취급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던 것도 성공의 비결 중 하나였다. 우여곡절 끝에 저렴한 가격으로 강의와 재료 공급을 성공시켰을 때 전국은 들썩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민간 자격증 발급 소식에 설거지를 하다 말고 고무장갑을 벗고 달려온 사람도 있었단다. 

한창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대학에서 전자공학이라도 전공한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질문을 던졌고, 돌아온 대답은 유쾌하면서도 긍정적인 그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저는 LED 플라워를 하면서 똑똑해진 사례입니다. 기본적으로 길을 닦아 놓고 배운 게 아니잖아요. 아이디어만 있으면 무조건 도전해 봤거든요. 예를 들어 누군가 아이디어를 주면 가능한 재료를 전부 사와서 볼트가 다른 것도 연결해 보고 그랬죠. 계속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꽃에 음성녹음 기법을 담아낸 일, 화병 속에 블루투스 기능을 삽입해 작품화한 일 등등 대부분이 모두 그와 같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갖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220볼트와 12볼트의 개별 스위치를 따로 만들어 하나의 코드로 연결하는 기술이 있는데, 이는 웬만한 공대생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신 작가는 "어쩔 땐 감전이 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아마도 공대생들이 못 만들어내는 또다른 연결법을 선보일 날도 머지 않았다는 자신감어린 표정이 묻어나기도 했다. 

‘LED 리얼 플라워’는 조용히 앉아 꽃만 만지면 되는 작업이 아니다. 온갖 공구를 다 다룰 수 있어야 할 정도로 기술적인 측면이 중요하고, 작품인 동시에 제품으로서 완벽한 상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실수 또한 있어선 안 된다는 게 신 작가의 신념이다. 

"공예에 속하긴 하지만 사업이잖아요. 시간도 투자기 때문에 최대한 적은 손놀림으로 작품을 끌낼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이 또 제자를 양성하고 LED 플라워가 잘 돼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강경묵기자
사진=노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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