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해피 버스데이'
해설자·대변자로 나선 상담교사
극 이끌며 관객들 작품 이해 돕고
무대 뒤편 스크린 실루엣 통해
주인공인 딸 내면의 소리도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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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공연단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연극 ‘해피버스데이’를 선보였다. 공연이 끝난 후 출연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유진기자

엄마와 자식은 한 몸을 공유한 기간 때문에 더욱 각별하다. 누구보다 더 가까운 탓에 서로를 잘 이해하기도 하지만, 더 아프게 하기도 한다. 수원시립공연단(예술감독 구태환)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선보인 연극 ‘해피 버스데이’에서 엄마와 딸 사이의 끈끈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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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공연단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연극 ‘해피버스데이’를 선보였다. 공연이 끝난 후 출연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유진기자

상담교사 이정화(유현서)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상담 학생인 ‘유아’와 유아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정화는 때로는 해설자 입장에서, 때론 등장인물의 대변자 입장에서 관객들의 작품 이해를 도왔다.

남편에게 "유아를 낳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는 아내 최성희(윤명인), 그리고 그런 아내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해주는 남편 신기찬(송진우). 그리고 이 모든 대화 내용을 들어버린 주인공 유아(이연정)는 그만 말을 잃고 만다. 상담교사 정화는 성희에게 여름방학동안 유아를 외갓집에 보내라고 제안한다. 유아는 외할머니(김지연), 외할아버지(김정윤)와 지내며 자신의 고통을 극복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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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공연단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연극 ‘해피버스데이’를 선보였다. 공연이 끝난 후 출연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유진기자

극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 뒤편 스크린에는 유아 내면의 소리를 대변하는 실루엣이 등장해 유아에게 끊임없이 부정적인 말을 속삭인다. 기존 연극에서 보기 드문 연출 방식 덕분에 유아의 상처와 고뇌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그림자와 싸우며 엄마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고통을 극복해나가는 유아의 모습은 큰 울림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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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공연단 ‘해피버스데이’ 연습 장면. 사진=수원시립공연단

연극 ‘해피 버스데이’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바로 유아의 엄마 ‘최성희’다. 자신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유아를 몰아세우고 "낳지 말걸"이라며 딸의 존재를 부정하던 성희는 어릴 적 엄마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인물이다. 성희는 오랜만에 만난 부모에게 "나보다 사위가 더 중요하냐"며 화를 내고, "이러니 집에 오기 싫지"란 말을 끝으로 매몰차게 돌아선다. 하지만 성희의 상처를 발견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준 딸 유아 덕분에 엄마를 용서하고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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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공연단 ‘해피버스데이’ 연습 장면. 사진=수원시립공연단

가족은 함께한 시간만큼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잘 알기 때문에 상처 주기도 쉬운 관계가 바로 가족이다. 누구보다도 ‘내편’이어야 할 가족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상처로 평생을 괴로워하던 등장인물들이 용기를 내 서로에게 다가가고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모습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말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오늘은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전하는 건 어떨까.

한편 수원시립공연단은 다음 달 6일 경주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연극 ‘해피 버스데이’를 다시 한 번 선보일 예정이다. 기타 문의는 수원시립공연단 사무국(031-267-1644~7)으로 하면 된다.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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