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위기' 민선8기 대응책은]
저출생 심화로 2020년 데드크로스 발생
통계청 2026년 시점 예상보다 앞당겨져
道 합계출산율은 전국평균比 약간 높아
연천·화성 등 17개 지역은 평균보다↑
부천·성남 등 14개 지역은 낮은 수치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이던 것이 1983년 2.1명, 2000년 1.48명, 2012년 1.30명 그리고 2020년에는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0.84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 역시 1970년 101만 명에서 1992년  73만 명, 2005년 44만 명, 2020년 27만1천 명으로 줄어드는 등 초저출생 사회가 됐다. 
2019년 기준 OECD 국가 합계출산율의 평균치는 1.61명이었는데, 우리나라는 38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0.92명을 기록했다. 당시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나타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게다가 2020년엔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지며 인구가 감소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발생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당초 통계청이 예상한 데드크로스 시점은 2026년이었으나 저출생의 심화로 시점이 앞당겨지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기도의 경우 다른 도 단위 지자체보다 합계출산율은 낮은 편이지만 광역시 단위보다는 높은 수준이며, 출생아 수 또한 감소 추세이긴 하나 서울시와 더불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1개 시·군의 출생 지표가 지역마다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합계출산율은 농촌지역이 대체로 높고 대도시는 낮은 편이며, 조출생률은 인구규모가 비교적 큰 도농복합지역이 높고 농촌지역은 낮았다. 
이제 저출생 문제는 단순한 인구감소 차원을 넘어 지역 또는 지방소멸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그만큼 중차대한 현안이 아닐 수 없는 저출생 극복에 대한 대안은 없을까? 최근 경기도여성가족재단(대표이사 정정옥)이 이슈분석 제230호로 내놓은 ‘새로운 미래, 민선8기 경기도에 바란다 : 저출생 대응 정책’을 바탕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경기도 및 시·군 저출생 현황
전국의 지자체 중 가장 인구규모가 큰 경기도의 상대적인 저출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시·도별 지표를 비교해 본 결과 경기도는 지난 20년간 출생률 저하 경향이 뚜렷이 확인됐다. 출생아 수도 지난 20년간 점차적으로 감소했지만 전국 시·도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에는 서울시보다 3만282명이 많은 7만7천737명이 태어나기도 했다. 
 

2020년 기준으로 경기도 전체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보다 약간 높은 0.878명이다. 지역별로 보면 연천군(1.28명)과 화성시(1.09명), 평택시(1.06명) 등 17개 지역이 평균보다 높았고, 부천시(0.75명), 성남시(0.77명), 구리시(0.78명) 등 14개 시·군은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경기도에서 합계출산율이 1명 이상인 지역은 연천군과 화성시, 평택시, 여주시(1.05명), 가평군(1.03명) 등 5개 뿐이었다.

모든 지역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체로 농촌지역 합계출산율은 높은 반면 대도시지역의 합계출산율 수준은 낮은 편인 것으로 풀이됐다. 
 

천 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 평균은 10.4였다. 이보다 높은 지역은 시흥시(14.7), 화성시(13.3), 용인시(12.0), 군포시(11.9) 등 12개, 낮은 지역은 양평군(6.7), 가평군(7.6), 과천시(7.8), 하남시(8.1) 등 19개였다. 이를 통해 인구규모가 비교적 큰 도농복합지역의 조출생률은 대체로 높고 농촌지역의 조출생률은 대체로 낮은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기도민의 가족가치관과 정책 인식
김영혜 외(2022) 연구에서는 경기도민 30명을 6개 집단으로 나누고 면접을 통해 저출생 관련 정책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이는 인구현상과 인구지표에는 사회의 여러 특성이 반영되며, 인구현상은 사회현상의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렇다면 경기도민들의 저출생에 대한 인식과 정책 효과를 바라보는 견해는 어땠을까. 그 결과는 크게 6가지 특징적인 견해로 도출됐다.  
 

첫째,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였다. 결혼은 더 이상 인생의 경로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니라 개인의 성향이나 생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개인주의적 태도는 결혼과 출산 등 가족만들기를 기피하는 상황으로 연결되고 있다.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추가적인 출산을 꺼리는 이유로 ‘희생하고 싶지 않아서’란 응답이 나왔다.

둘째,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가족 내에서 역할분담에 대한 갈등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아내가 일을 하더라도 집안일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여성에게 전가되고, 가정에서 돌봄이나 가사노동의 분배도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많았다.

셋째, 주거나 취업, 자녀 교육비 등 경제적인 어려움이 혼인과 출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는 성별과 무관하게 청년세대 혼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자녀가 있는 경우는 영유아기뿐 아니라 초등 이후의 사교육비가 가게에 큰 부담으로 작용, 이런 부담이 없어진다면 자녀출산에 대한 선택이 쉬워질 것이란 의견이었다.  

넷째, 정부의 현금 급여 및 세제 혜택은 일정 부분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출산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응답이 나왔다. 개선책으로는 선별적 지급이 필요하다는 의견,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지급이 돼야 한다는 의견, 금액의 현실화 등이 거론됐다. 또한, 정책적으로 출산한 사람들만을 지원하는 것은 개인적인 선택에 의해 출산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배제한다는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았다. 

다섯째, 영유아를 믿고 보낼 수 있는 지역 어린이집이 많지 않으며, 만 2세 미만 영아의 양육수당이 어린이집 보육료 수준과 같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경기도의 특성상 읍면 단위 농촌지역이라 할지라도 택지개발 등으로 인해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형성, 인근 서울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부부가 많은데 국공립 혹은 그 수준의 어린이집에 보내기 어려운 불균형이 초래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렸다.

여섯째, 일가정양립 제도는 아직도 체감하기 힘든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신과 출산 시 직장 압력에 따른 비자발적 경력단절을 경험한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며, 산전 후 휴가나 육아휴직 제도를 비롯한 각종 제도가 현실에선 허술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경기도 저출생 대응 정책의 과제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로 인식되는 불평등한 젠더역할 구도에서 탈피해 여성과 남성이 모두 함께 일하고 돌볼 수 있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론 인구 및 가구변화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을 위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민선8기 경기도 저출생 대응 정책의 과제에 대해 연구팀은 이렇듯 한마디로 정리해 소개했다. 또한 사회정책을 통해 도민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자료에 따르면 지금의 저출생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젠더관계의 결과로,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회제도와 정책, 문화가 사회적 위기 심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청년여성은 출산과 양육의 기회비용을 치르길 원치 않는데다 출산을 생애 과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 청년남성은 가부장적 가족과 직장이 요구하는 역할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민선8기 저출생 대응 정책은 가족생활의 성평등 지원과 성평등한 노동시장 환경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측면으로는 가구변화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을 위한 지자체 차원의 정책적 관심이 요구된다.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개인과 가족들의 삶을 출산과 양육을 실천하는 이들의 삶과 마찬가지로 지원하고, 전통적인 법률혼 밖에서 사실혼, 동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관계를 설정하는 도민들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평등한 가사노동
성인이라면 모두 노동할 권리가 있고, 시장에서 얻은 소득을 통해 가족의 생계에 기여하는 것이 당연한 가족모델이다. 또한, 성인노동자 가족모델이 여러 사회제도 및 가치관과 부합하기 위해서는 가족 내 성평등이 관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이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면 혼인과 출산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주가 남성인 경우 가사분담을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지거나(34.0%)  주로 한다는 응답이 전체 86.1%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가구주가 여성일 때도 75.4%가 주된 책임을 부인이 맡았다. 이 같은 가사노동의 공평성 인지는 결국 갈등상황을 유발하고,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회피하는 중요한 요인으로까지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평등한 가족문화 조성을 지원하는 체게적인 정책이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사업은 세대별, 지역별로 구분·특화해 실시할 수 있는데, 전체 가족을 대상으로 하되 청년세대와 중장년세대의 남성을 중점 집단으로 설정하고, 지역적으로는 도시뿐 아니라 도농복합지역이나 농촌지역의 도민을 대상으로 하면 된다.

 

-성평등한 돌봄권과 돌봄의 사회화
올바른 성인노동자 가족모델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가사노동과 함께 돌봄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 역시 독립적인 삶과 일을 위해 전통적인 가족 부양자 역할을 기피, 결혼을 조절하거나 무자녀를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차원에서 남성의 돌봄권을 적극적으로 존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의 경우, 현재 우리 법에 보장된 남성의 휴직 기간은 1년으로 OECD회원국 평균(약 8주)보다 많은 편이지만 실제 활용도는 매우 부진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0년 1천967명(2.7%)에서 2020년 3만8천511명(22.7%)으로 대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육아휴직자 5명 중 1명만이 남성이다. 

새정부 인수위에서 제시한 인구정책 방향에 ▶육아휴직 기간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개선 등의 과제가 언급된 건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여성과 남성에게 균형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한편, 돌봄 관련 정책은 주로 비용 분담을 위한 서비스 지원방식, 수당지원, 그리고 돌봄 시간 투입에 대한 휴가지원 등으로 유형화된다. 서비스 지원은 어린이집에서의 돌봄서비스가 대표적이고, 수당지원 방식은 가정양육수당 지원 등이 있고, 시간적 지원의 형태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제도 등이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어린이집’과 관련된 내용이다. 연구팀의 면접조사에 참여한 부모들은 하나같이 "지역에 믿고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이 많지 않다", "한 자녀인 가정은 국공립이나 이에 준하는 어린이집에 입소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도내 신도시 지역에는 영유아 수가 많아 입소 경쟁이 더욱 치열한 반면 농촌지역은 접근성으로 인해 보육교사 수급에 차질을 빚는 모습이었다. 아울러 만 2세 미만 영아를 둔 부모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양육수당 수준을 어린이집 보육료 수준과 동등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의 자녀돌봄에 대한 공백 문제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정책적으로 방과 후 돌봄기관이 양적으로 증가하긴 했지만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돌봄정책에는 아직도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평가다.

-성평등한 노동시장 환경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여성 대다수가 임신과 출산, 자녀양육 문제로 직업생활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 경력단절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기엔 자발적인 퇴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직장의 압력이 가해진 사례였다. 이는 각종 일가정양립 제도의 허술함과 경직된 기업문화의 반증이라 볼 수 있다.

지난해 발표된 최세림의 연구가 눈길을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중에서도 ‘모성 페널티’란 말이 눈길을 끄는데, 이는 자녀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으로, 임금 하락과 경력 단절, 승진 제약 등으로 인한 생애 소득 감소분을 말한다. 그는 "많은 여성들이 출산과 노동을 양자택일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자녀 출산 시 노동시장에서 경험하는 모성 페널티가 크다면 자녀 출산 의향을 낮출 것"이라며 "저출생 상황에서는 모성 페널티를 유발하는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완화하고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20대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노동 생애 동안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성평등한 노동시장 환경조성을 위한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는 성별 채용-임직원 구성-임금으로 세분화해 기업이 공시하는 경영정보를 공개하는 ‘성평등 경영 공표제’ 도입을 명시했다면서, 불합리한 성차별을 시정하는 제반 노력의 시작점으로 이 제도의 도입을 꼽았다. 또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선 양성평등한 일자리 실현의 일환으로 ‘성별 근로 공시제’가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 소개했다.

민선8기 경기도 역시 성평등한 노동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모성 페널티를 유발하는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완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란 설명이다. 

-가구변화를 반영한 가족정책 
가족의 형태와 구조는 시간과 지역에 따라 변화하면서 복합성과 다양성을 가지게 됐다.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과 출산의 연령 규범이 희미해졌고 만혼과 이혼율, 재혼율도 증가하는 등 개인과 가족 모든 면에서 삶의 방식이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있다. 청년세대에선 법률혼을 거부한 채 비혼이나 동거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선택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2021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7%가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 입장을 표했다. 이는 ‘가족’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변화했고,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가족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졌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민선8기 경기도의 가족정책 또한 다양한 가족을 포괄할 수 있는 형태가 돼야 한다. 예컨대 과거 가족주의에 기반을 둔 사회안전망에서 다양한 가족이 배제되지 않도록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1인 혹은 2인으로 이뤄진 가구들이 명실상부하게 전체 가구의 주된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경기도에서도 이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하고, 향후 성별 및 세대를 고려한 특화된 1인 및 2인 세대가구에 대한 정책개발도 요구된다.

정정옥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저출생 관련 정책은 단순히 특정 영역에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고, 단기적으로 효과를 확인하기도 어렵지만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돼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되고 설계돼야 한다"면서 "기본적인 삶의 질 향상과 다양한 삶을 인정하는 사회가 될 때 비로소 자녀 출산과 양육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아동은 국가가 키우고 지역사회가 돌본다는 명제가 현실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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