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 검증 끝에 결국 39일 만에 자진사퇴하였다. 소위, ‘정치자금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정치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의혹이 아닌 사실로 밝혀졌다.

연간 100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다루는 보건복지부의 장관이라는 공직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전문성과 능력 외에도 국민 다수가 납득할만한 도덕적 흠결이 없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의원실에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정치자금 사용 내역을 조사하여 정치자금법 위반의 핵심 혐의인 1천857만 원의 렌터카 보증금과 352만 원의 차량 도색 정황 등을 밝혀냈다.

정치자금의 사적유용 정황이 낱낱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김승희 후보자는 내내 실무자의 회계착오로 인한 실수라는 옹색한 해명만 반복했다. 후보자 본인은 몰랐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논란이 된 정치자금을 슬그머니 중앙선관위에 반납했다. 스스로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인정을 한 셈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중앙선관위도 몇날을 고심 끝에 결국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하였다.

버티기로 일관하던 김승희 후보자는 중앙선관위의 대검 수사의뢰를 기점으로 급속하게 여론이 기울자 마침내 자진사퇴하는 것으로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보건복지부는 3번째 인사청문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었다.

전 세계가 예외 없이 3년째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재유행이 예견되는 불행한 상황,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 등 보건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초저출생과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세계 1위의 노인·청년 자살률 등 각종 사회지표가 대한민국의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미숙한 인사검증시스템이 산적한 현안에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몇 달째 공석인 근본 원인인 셈이다. 과연 공직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은 무엇일까. ‘도덕성’일까, ‘능력’일까. 능력과 전문성이 기준이라던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부 인사는 참사로 결론이 났다.

공직은 특정 소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자리다. 우리가 공직자에게 평균 이상, 상식 이상의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인사참사는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바람은 인사청문회가 정책능력 중심의 청문회가 될 수 있는 정치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라고, 본인도 문화 조성에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두 번의 참사를 겪은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가 공직자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과 자질에 대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장마와 무더위 속에 지갑에 들어오는 돈은 줄고 물가는 오르는 살기 힘든 세상에 정치불신, 정치혐오까지 보태져서는 안될 일이다.

고영인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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