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장님! 엊저녁 제안, 어떻게 생각하세요?"

"참신하다고 봅니다. 잘만 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포크 페스티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죠? 포크 페스티벌을 ‘평화누리’처럼 좋은 곳에서 공연하면…."

"경기관광공사, CBS와 협업하면 홍보 효과도 클 겁니다."

"부시장께서도 그리 생각하니 다행입니다. 내년 가을부터 공연할 수 있도록 준비합시다. 저도 의회와의 소통을 통해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어느 날, 이인재 시장이 저녁을 하자고 해 따라나섰습니다. 그날 인사를 나눈 사람은 ‘J공연기획사 한용길’ 대표였지요. 그는 CBS에서 공연기획단장, 편성국장, 문화사업 본부장을 지낸 사람입니다. 그가 파주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포크 페스티벌을 열자고 제안했지요. 포크 가수들의 야간 공연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열고, 공연 실황은 CBS에서 녹화방송하자는 것이었지요. 평화누리는 6천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고 3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잔디밭이 있으니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공간이었습니다. 이런 공간에서 야간공연을 열면 환상적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했지요.

그 후, ‘파주 포크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실무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했습니다. 의회와 예산 편성을 논의하고, 경기관광공사와 J공연기획사와 머리를 맞대고 협업을 시작했지요. 파주 포크페스티벌은 이런 과정을 거쳐 파주시 주최, 경기관광공사·J공연기획사 공동 주관, CBS 후원으로 매듭지었습니다. 물론, 시종일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이틀간의 공연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데 효율성이 있느냐’, ‘포크는 유행이 지났는데 과연 공연이 성공하겠느냐’는 등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요. 하지만 끈질긴 소통과 협의, 조율을 통해 파주 포크페스티벌을 열기로 했습니다.

포크송의 본래 의미는 민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을 전후한 시기에 새로운 형태의 대중가요로 사랑받았지요. 관현악단 연주나 현란한 의상의 춤사위 대신 거의 통기타 반주에만 의존해 노래하는 포크송은 그 당시,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랑과 이별이 주류였던 노랫말이 시대와 삶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표출되자 청년들이 환호했지요. 특히, 비교적 따라 부르기가 쉬워 소풍이나 야유회에서 함께 부르며 즐거워하곤 했습니다. 또, 포크송은 유행가이기는 하지만, 다른 유행가와 달리 소위 ‘건전가요’가 많아 학생들 사이에 교정(校庭)에서도 불리곤 했지요.

당시, 송창식·윤형주 등 ‘쎄시봉(C'est si bon)’ 출신 가수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나중에 이들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지요. 매년 가을, 열리는 파주 포크페스티벌을 기다리는 마니아층이 늘어나면서 출연진도 폭넓게 늘어났습니다. 쎄시봉 출신은 물론이거니와 전인권, 윤도현, 유리상자, 최백호, 백지영, 박정현 등 내로라하는 톱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졌지요. 세계적인 아티스트 정경화와 폴포츠 등이 이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살짝 경사진 잔디밭에 앉으면 어디서든 공연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온 가족이 텐트 안에서 즐길 수 있는 ‘패밀리 존’도 있지요.

파주 포크페스티벌은 단순한 음악 축제가 아닙니다. 수도권 시민만의 축제도 아니지요. 전국 각지에서 KTX를 이용해 파주 포크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올라오는데, 당일치기로 DMZ 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투어, 도라전망대, 제3땅굴 등 DMZ 관광 후 파주 포크페스티벌을 관람하는 일정이지요. 이 관광 상품으로 파주포크페스티벌은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해외에서도 관광객들이 일정을 조정해 파주 포크페스티벌을 찾을 정도로 명성이 높아졌지요. ‘코로나19’가 종식돼 평화누리 잔디광장에서 파주포크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홍승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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