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63)인천 연수구청장은 4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지난 4년간 야인으로 지내며 총선에도 도전했지만 실패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다시 살아 돌아왔다. 이 구청장을 만나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는 요즘 사내들에게서는 찾기 힘든 ‘쾌남(快男)’이다. 국어사전에 쾌남은 "성격이나 행동이 시원스러우면서 재주와 슬기가 매우 뛰어난 남자"라고 정의됐다. 4년만에 구청장으로 금의환향을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 구청장에 눈에 비친 연수구는 빈 곳간이었다. 철학이 다르다 해도 이 구청장이 볼 땐 필요 이상으로 방만했다. 그는 현재 구의 예산상황을 보고받으며 공무원들에게 긴축재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벅찬데 그의 어깨에 짐이 또 생겼다. 민선8기 인천 군수·구청장 협의회가 이 구청장을 전반기 회장으로 선출한 것이다. 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자치단체 간 공동현안에 대한 논의를 통해 지역과 지방자치단체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운영되는 단체다.

이 구청장은 앞으로 2년간 군수·구청장 협의회 운영과 함께 기초단체장의 맏형이자 대표로서 중앙정부의 군·구 관련 업무협의에 참여하고, 시와 중앙정부 연계 현안들을 처리해야 하며 매월 정례회의를 통해 공동 현안사항을 논의해야 한다.

이 구청장에게 거는 기대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영화에서 갈등이 벌어질 때 관객들은 주인공이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갈지 상상하며 집중하게 된다. 이 구청장의 구정과 군수·구청장 협의회장으로서 이익이 중앙, 광역단체와 충돌할 때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고분고분하지 않은 쾌남 이재호의 스토리는 분명 기대되는 한편의 활극(活劇)이 될 것이니 말이다.

-최근 민선8기 전반기 인천 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됐는데 소감과 앞으로 2년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갈길 바쁜 민선 8기의 출범과 함께 단체장님들의 추대로 인천지역 군수·구청장협의회장 이라는 막중한 임무까지 맏아 책임감이 크다. 지역 자치단체간 공동 현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 구조를 정착시키고 군·구간의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전국적인 연대를 이끌어 내는 일에 힘을 쏟겠다.

인천지역을 대표해 지방분권의 정착과 함께 중앙정부의 군·구 관련 업무협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현안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총무인 박종효 남동구청장과도 수시로 소통해 나가겠다.

특히 전국과 지역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각 기초단체의 선진적 경험들을 찾아내 모두가 함께 공유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정책들을 발굴해 나가겠다.

‘대한민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단으로도 활동하며 공동현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긴밀하게 조율하며 인천지역 10개 군·구의 상생발전과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군수·구청장 협의회장으로서 바라보는 인천의 현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다들 아시다시피 신도심과 구도심간의 격차와 주민들 간의 괴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확대해보면 지역 간의 불평등 문제로 치환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인천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모여야 하는데 서로 각 지역마다 뭉치게 돼 갈등이 생겨날 수 밖에 없어 큰 문제가 된다. 연수구의 예를 들자면 원도심과 송도 간의 차이가 있다. 군수·구청장 협의회장으로서 이런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이상들을 하나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동안은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가 됐는데 발상을 전환해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상향 평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누군가는 이 부분에 대해 앞서 나가야 하는데 제가 구청장으로서 송도의 개발은 개발대로 원도심은 리디자인을 통해 연수구가 상향 평준화의 모범사례로 설 수 있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송도와 원도심 간 상생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이미 선거 과정에서 공약을 통해 밝혔듯이 ‘원도심의 가치를 두 배로’ 끌어 올리는 사업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내실있는 도시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원도심의 가치를 높이고 신도심은 국제도시로서의 역량을 끌어올려 모두가 상생 발전하는 도시 인프라를 만들어 가겠다. 그동안 원도심은 점점 노후화하고 있고 정주환경 역시 정체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구정은 보여주기식 정책에 치우쳐 있었다. 연수구는 원도심에 30년이 경과한 공동주택이 13개 단지 2천세대에 이르고 25년 경과한 단지도 전체 원도심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원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1기 신도시특별법’에 연수구를 포함시키는 방안과 연수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문서로 제출했다. 원도심의 리빌딩 사업은 도시의 가치를 끌어 올리고 이는 결국 자연스럽게 부가가치의 균형 배분과 상생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최근 연수구의 빈약한 재정에 대해 우려가 큰 걸로 알고 있다. 앞으로 중점을 둬야 할 정책적 변화가 있다면.

"자치단체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사업들은 자체적인 재정적 뒷받침이 없이는 사실상 어려운 사업들이다. 지난 민선6기 구청장 퇴임 당시 공직자들과 함께 고생하며 1천135억 원의 잉여금을 남겨 놓은 것도 모두 다음 사업들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연수구의 재정을 들여다보고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소진된 잉여금 뿐만아니라 각종 사업에 대한 예산구조에서도 아쉬운 대목이 많았다. 크고 작은 사업들에 대해 충분한 국비 확보 없이 진행하다보니 인천시와 예산 비율 조정이 어려울 경우 구비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다.

그동안 균형발전특별회계에서 지원돼 왔던 사업이 지방 이양 사업으로 전환됨에 따라 국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지만 앞으로 충분한 검토와 조정을 통해 해결하겠다. 특히 인천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정부에도 필요한 입장을 정확히 전달해 단체장이 직접 나서 막힌 물꼬를 터 나가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조직 문제도 객관성을 담보한 능력 위주의 인사로 공직문화를 쇄신하고 어느 때 보다 청렴한 조직문화를 정립해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원도심에는 GTX와 KTX가 가장 큰 이슈다. 구청장도 차세대 인프라 교통 인프라 구축을 미래도시를 향한 조건으로 꼽아왔는데 이에 대한 기대는.

"최근 국회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광역철도 지정기준이 개선되면서 GTX-B 노선의 강원권 연결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 GTX-B 노선의 조기착공은 물론 노력과 시간이 들더라도 구민들이 원하는 원도심 정차역 건설로 그 결실을 완성해 나가겠다. GTX-B 노선은 10년전 제가 인천시의원으로 활동할 때 일찌감치 해당 노선의 확정과 적기착공 등을 강력히 주장했던 사업 중 하나다. GTX-B를 비롯한 연수구의 차세대 교통 인프라 구축은 원도심 송도역에서 출발하는 인천발 KTX와 함께 연수구의 현재와 미래를 짊어지고 갈 열쇠 사업이다. 앞으로 우리 원도심을 쾌적한 첨단 주거환경을 갖춘 고품격 명품도시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선 이에 걸맞는 교통인프라는 마중물과도 같은 존재다.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꿀 GTX-B 노선과 인천발 KTX를 발판으로 새로운 연수구의 초석을 놓는 일에 앞장서겠다"

-송도에 K-컬쳐 월드를 조성하고 K-pop 아레나를 짓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송도국제도시는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도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이제는 경제자유구역을 넘어 문화예술자유구역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의 관문인 송도국제도시에 K-컬쳐 월드를 조성하고 K-팝아레나와 음악연출 분수인 K-분수 건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 연수구의 동력이 될 K-컬쳐 월드는 선거기간 유정복 인천시장과 공약을 공유했기 때문에 조성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송도 6·8공구 수변에 건립될 K-pop 아레나는 2만석 규모로 K-팝 공연을 물론 박람회와 축제, 스포츠 이벤트 등이 열리는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키워 나갈 것이다. 여기에 원도심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들을 발굴해 함께 계승하고 아카이브 작업 등 연수구만의 역사를 발굴 보존하고 지켜내는 사업들도 더 활성화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상윤기자
사진=정선식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