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어민들 갈등 심화
도내 궁평·제부도 등 차박족 몰려
잦은 다툼까지… 어민들 '금지 현수막'
급기야 차량출입 통제·차박 차단도

화성시 궁평항 내 차박과 캠핑을 금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가운데 일부 피서객들이 텐트를 치고 있는 모습. 양효원기자
화성시 궁평항 내 차박과 캠핑을 금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가운데 일부 피서객들이 텐트를 치고 있는 모습. 양효원기자

"차박인지 무슨 캠핑을 한다고 길에다가 얼마나 불법 주차를 해놨는지 몰라. 주민들이 다닐 수 없을 정도라니까."

2일 오전 찾은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에서 만난 한 어민의 토로다.

휴가철을 맞아 차박 명소로 불리는 도내 일부 항구와 섬이 차박객 쓰레기와 불법 주정차 문제로 몸살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해당 구간에 시선유도봉을 설치하거나 욕설을 담은 현수막을 거는 등 차박객 거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수막
2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에 주차 및 차박 낚시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안시현기자

이날 궁평항에는 취사·캠핑·갓길 주차 등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와 함께 ‘개 망신을 당할 각오로 주차 및 차박 낚시를 하세요’라는 험한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차박이나 텐트 설치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여러 장 걸렸지만, 일부 피서객들은 여전히 텐트를 치고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폭죽 등 쓰레기가 버려진 모습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기도 했다.

궁평2리 주민 정모(79)씨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차박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어업 종사자들도 아무 곳에나 주차하면 안 되는데 주차 문제가 계속 이어져 현수막까지 걸렸다"고 설명했다.

김진삼 궁평리 어촌계장은 "방문객들이 전망이 좋은 진입로나 길목에 캠핑카를 세우고 텐트를 쳐 주민들과 다툼이 심한 데다 여기저기 버리고 가는 쓰레기도 주민들이 치우지 않으면 악취가 나 힘들다"며 "특히 어민들은 수확한 수하물을 가지고 신속하게 위판장으로 이동해야하는데 방해가 생겨 어업에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차박 명소였던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 660-49번지 등에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시선유도봉이 설치된 모습. 안시현기자
차박 명소였던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 660-49번지 등에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시선유도봉이 설치된 모습. 안시현기자

궁평항은 차박 명소라고 불리는 곳이 도로가 아닌 제방으로 분류되는 탓에 교통단속이 불가능하다. 주민 피해만 커지자 서신면 행정복지센터는 차박이 성행하는 길 가운데 시선유도봉을 설치, 불법 주정차를 막고 있는 실정이다.

면 관계자는 "쓰레기도 많이 발생하고 교통통제도 어려워 마을 주민들 요구로 지난 4월 시선유도봉을 설치했다"며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교통단속도 할 수 없어 차박과 취사가 안된다는 홍보활동과 안내가 최선이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제부도 역시 쓰레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곳곳에 쓰레기통이 있음에도 길가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휴가차 제부도를 찾은 시민 김모(37)씨는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길 위에 쓰레기가 널려 있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일부 무개념 피서객 때문에 다른 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안산시는 차박객 쓰레기와 불법 주정차로 주민 불편과 환경 오염이 심해지자 차박 명소로 불리는 메추리섬 차량 출입을 제한하고 탄도항 차박을 통제했다.

양효원·안시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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