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에게 읽어주다가 매력에 빠져
작년 그림책 가득한 책방 오산에 오픈
책방지기와 커피지기 남편과 함께 운영
매달 독서모임 주제에 맞는 책 공유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 할 수 있어요"

오산의 하프 앤 보울은 ‘예쁜 서점’이다. 단순히 인테리어가 예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서가를 지키는 책방지기 아내와 커피를 내리는 커피지기 남편의 정성이 더해져 공간의 분위기를 포근하게 만든다.

오산 하프 앤 보울 책방지기 부부. 사진=김유진기자
오산 하프 앤 보울 책방지기 부부. 사진=김유진기자

◇오산 하프 앤 보울=‘하프 앤 보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서점이라는 생각이 쉽사리 들지 않는다. 어떤 의미가 담긴 이름일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 단어에 대해 박지애 책방지기는 "하프는 내면에서 울리는 마음을, 보울은 그릇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그릇은 책이며 남편의 그릇은 커피라고 말하는 그는 ‘경배와 찬양’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부연했다.

책방지기는 자녀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자신도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림책은 아이만 읽는 책이 아니다’란 생각이 들자 곧 책을 매개로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겼고, 지난해 3월 오산에 하프 앤 보울 책방을 열게 됐다. 책방지기의 입맛이 반영된 덕에 각양각색의 그림책이 입구부터 독자들을 맞이한다.
 

책방 내부 모습. 사진=김유진기자
책방 내부 모습. 사진=김유진기자

◇박지애 책방지기="책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합니다. 사람들과 처음 만났을 때 할 수 있는 얘기가 제한적이잖아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그는 책방을 열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지금까지 운영을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변의 도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를 낳고 친정인 세종시에서 산후조리를 하며 대전의 ‘책방채움’이라는 서점을 방문하게 됐고, 그 곳에서 ‘책방은 나에게 숨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박 책방지기는 "책방채움의 대표님 덕분에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고, 친정엄마 덕분에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서점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변의 도움 덕분"이라고 말했다.

◇책방지기의 소중한 기억=책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박 책방지기는 "기억에 남는 사람이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어줬다"고 운을 뗐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하프 앤 보울을 자주 찾는 인근 학교의 한 교사. 사계절출판사에서 진행한 동네책방 에세이에 하프 앤 보울에 대한 이야기를 제출했다.

"저희 책방을 자주 찾아주시는 분 중 유수경 씨라는 학교 선생님이 계세요. 지난해 6월 처음 알게 됐는데, 이 분께서 ‘하프 앤 보울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공모전에 응모한다는 연락을 주셨거든요. 손님과 책방지기로 맺어진 인연이 이 공간을 그만큼 사랑해주신다고 하니 감동이 되고 감사했습니다."
 

책방 내부 모습. 사진=김유진기자

◇하프 앤 보울의 독서활동=하프 앤 보울의 인스타그램에는 매달 독서모임 주제가 새로 올라온다. 독서모임 참가자들은 게시글을 보고 주제와 어울리는 그림책을 한 권씩 가져와 다른 참가자들과 나눈다.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진행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같은 책을 가져온 사람이 없다고 한다. 반드시 하프 앤 보울에서 책을 살 필요는 없다. 집에 있던 책을 가져와도 되고, 도서관에서 빌려와도 된다.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이면 어떤 책이든 허용된다. 낭독을 하며 책의 내용을 거부감 없이 흡수하고 감동을 받는다.

◇책방지기의 ‘인생책’=박 책방지기는 이정호 작가의 ‘산책’을 읽으며 삶의 한 줄기 빛을 만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산책’은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떠올려준 매개가 됐다.

"책방을 열고싶다는 꿈이 생겼던 시기가 2018년 11월입니다. 그 당시 대전의 ‘프레드릭 희망의 씨앗’에 방문해 우연히 만난 책이 이정호 작가님의 ‘산책’입니다. 이 책을 보며 중학생 때 꿈꿨던 책방지기라는 꿈이 떠올랐고, 남편과 함께 하프 앤 보울을 만들 용기를 냈죠. 삶을 바꾸게 된 터닝포인트 같은 책입니다. 독자분들께 꼭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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