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호적이 없던 독립유공자 156명의 가족관계등록 창설 행사가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렸다. 분명한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공적 서류가 없던 독립유공자들이 광복 제77주년이 된 올해에서야 대한민국의 호적을 갖게 된 것이다. 그동안 무호적으로 있었던 것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만주나 간도, 혹은 해외로 이주해 그곳에서 순국했기 때문이다. 2009년에 국적을 회복한 단재 신채호 선생의 경우 일제가 주는 호적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하여 호적이 없었다가 후손에 의해 가족관계부가 창설됐었다. 반면 직계후손이 없는 독립유공자의 경우 가족관계창설을 할 수 없었으나 이번에 국가가 직권으로 이를 창설한 것이다.

이에 윤동주·송몽규 지사 등 156명의 독립지사들이 독립기념관을 등록기준지로 삼아 완전한 대한민국 국민임을 공적으로 입증하게 된 것이다. 독립지사들의 정신과 혼이 깃든 독립기념관로 1번지를 본적지로 삼았다는 것도 매우 의미 있다. 가족관계부 창설을 통해 우리 민족의 영웅인 독립지사들을 예우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암송할 만한 시를 남긴 윤동주 시인은 중국 용정에서 태어나 평양숭실학교,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간 후 순국했다. 그동안 무국적자로 오랜 세월 방치된 사이 중국에서 윤동주 시인이 중국인이라는 억지를 부리는 여지를 주게 된 것이다.

현재 중국의 포털에는 윤동주 시인의 국적이 중국, 민족이 조선족으로 되어 있다. 용정에서 태어났고 묘역이 용정에 있다 보니 그런 억지를 부려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참으로 말도 되지 않는 일이지만 해방 이후 오랜 세월 동안 국적 부여를 안 하는 사이 그런 틈을 주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중국의 역사·지리·문화공정이 극에 달하면서 우리의 위인들까지 중국인으로 우기는 전략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확실하게 매듭짓기 위해서라도 호적 부여는 너무나 잘한 일이며 어렵겠지만 유해 봉환 추진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고 후손도 없이 순국한 독립지사들을 기리는 일은 국민 모두가 해야 할 일이며 비단 광복절 즈음에만 상기해야 할 일이 아니다. 애국지사들이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호적이 없었다고 해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적은 없었고, 추모와 존경의 대상이 아닌 적도 없었다. 이번 공적 가족관계 창설은 평생을 헌신한 독립지사에 대한 너무나 당연한 추모의 의식이다. 광복 제77주년을 앞두고 공식적으로 고국에 모시게 된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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