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고향에 내려가?"

추석을 앞두고 식사자리, 술자리의 소주제는 귀경, 차례 그리고 가족이다.

오랜만에 다시 모이게 되는 가족도, 아직은 모이지 않는 가족도 있다. 차례를 지내는 방식도 천차만별 "우리는 아직도 직접 음식을 만들어요"라는 집부터 "우리집은 차례 따로 안지내요"까지 면면은 각양각색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떤 집에나 있는 가족구성원간의 불화와 화목, 푸념과 자랑이 주제다.

가족은 때로는 한 없이 든든하지만 때때로 이런 웬수가 따로 없다.

얘기가 깊어지면 부모형제라도 남보다 못하고 먼 친척과 이웃, 친구가 더 가까운 존재일 때도 있다.

가족은 무엇일까? 한 번 즈음 생각해볼만한 주제지만 너무나 당연한 존재라 깊게 생각지 않고 넘어갈만한 주제다.

올 추석 온가족이 모이는 가족도 나홀로 보내는 가족들도 ‘가족의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영화 1편을 추천해본다.

*스포일러 대량 포함

고령화가족 (2013년, 감독 송해성, 출연 박해일(오인모), 윤제문(오한모), 공효진(오미진), 윤여정(엄마), 진지희(민경), 예지원, 김영재, 유승목, 박영서, 김해곤 외 16명)

◇답 없는 삼남매

월세는 이미 몇달이 밀렸다. 문 밖에서는 주인이 부실 듯 두드리며 독촉이다. 아내가 보낸 문자는 끈질긴 이혼 요구 뿐이다. 재떨이에 남은 꽁초를 뒤져봐도 한 모금 빨아낼 건덕지도 없다. 나이 40, 입봉작은 실패했고 차기작은 기약이 없다.

넥타이를 천장에 달아 고리를 만들고 의자에 올라섰다. 목을 집어 넣고 발을 차기만 하면 모든 게 끝이다.

그 때 날아든 엄마의 문자 "우리 인모 좋아하는 닭죽 만들었으니까 와서 먹고가". 어떻게 할까? 고민에 빠진다.

결국 엄마의 집에 도착해 식탁에 앉아 닭죽을 먹는 인모다.

끝까지 간 마당에 무엇을 못 하랴 엄마 집에 눌러 앉아버린다. 하지만 텃세는 예상 못했다.

엄마의 집에는 이미 경쟁자가 있다.

"엄마와 나의 평화로운 일상을 깨지말라, 엄마는 내꺼다"라며 나이에서 40살은 내다버린 말과 몸싸움으로 동생을 내쫒으려 하는 날건달 백수 44세 오한모가 경쟁자다.

인모는 "내 엄마이기도 하거든"이라며 형 만한 아우 없다는 옛 말을 우습게 만든다.

엄마 차지하기 경쟁은 심화된다.

이혼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막내 여동생 미연까지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동생과 같이 들어온 조카 민경은 싸가지 없기로는 미연 못지 않다.

◇엄마의 밥상 그리고 밥심으로 펼치는 찌질한 일상

이야기는 이렇게 다섯 식구가 모이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이들 다섯 식구의 일상을 유쾌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그려가며 그들의 지난 과거사와 뒷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려지는 풍경은 엄마의 밥상과 찌질한 일상이다.

엄마는 삼남매를 책망하거나 따져 묻지 않는다. 그저 어서 먹으라며 큰 밥상에 반찬을 가득 차리고 삼겹살을 묵묵히 굽는다.

이들 가족은 늘 밥상에 둘러 앉아 같이 밥을 먹는다. 하지만 형제들은 밥상머리에서 늘 크고 작은 싸움을 그치지 않는다.

밥을 먹었으니, 사고를 쳐야지?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사실상 한량인 두 형제는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찌질한 하루를 때운다.

인모는 조카 민경의 흡연 장면을 목격한 뒤 흡연사실을 미연에게 알리지 않을테니 용돈의 반을 자기에게 달라고 하거나, 한모는 민경이 시킨 피자를 뺏어 먹는다.

미연의 4번째 남자, 예비사위?와 떠난 바닷가 소풍에서 이들은 또 싸운다. 언성이 높아지자 미연과 취객 사이 시비가 붙고 결국 취객과 삼남매는 난투극까지 벌인다.

엉망진창 정적이 흐르는 돌아오는 차 안 "그래 오늘처럼 힘을 모으면 어떤 어려운 것도 할 수 있다"는 엄마의 한마디는 실소로 시작해 웃음으로 분위기를 바꾼다.

어이없는 웃음이 터지는 일상 속에서 이런 찌질한 일상이 싫다며 조카 민경이 가출하고 민경을 찾는 우여곡절 속에서 가족은 화합하고 힘을 모은다.

◇가족과 혈연 필요조건일까?

사실 이들에게는 비밀이 있다. 자신들도 미처 다 몰랐던 사실. 오한모, 오인모, 오미연 모두 각자의 아버지가 모두 다 다르다는 점.

엄밀하게 따지면 가족구성원 중 일부는 남이다.

사실을 모두 알게된 남매는 어이없고 잠시 생각에 빠지지만 민경을 찾고 미연의 4번째 결혼까지 무사히 마친 이들은 가족으로 같이 살아가면서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혈연, 지연, 학연 대한민국의 3대축. 이 가운데 가장 강한 혈연, 영화 속 삼남매는 혈연인듯 혈연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 하지만 그들의 현실감 넘치는 아웅다웅을 통해 형제애?를 보여준다.

소위 말하는 콩가루 집안일 수 있지만 이들은 가족으로 남는다.

성이 같아서도, 세월도 아니다. 그저 표현은 서툴러도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혈연 없는 가족이 가능할까? 가족을 구성함에 있어서 혈연은 필수적인 것인가? 영화는 어쩌면 대한민국 현실에서 용인될 수 있는 혈연의 한계점까지 보여주며 가족과 혈연에 대해 다시금 곱씹게 만든다.

▶신작개봉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9월 7일 개봉)

남북 형사들의 공조, 그린 전작에 이어 5년만에 속편이 돌아왔다.

시원한 액션을 보여준 북한형사 임철령(현빈), 가장인 동시에 경찰인 남한형사 강진태(유해진)에 더해 FBI 요원 잭(다니엘 헤니)까지 이번에는 남북미 공조다.

전작에서는 위조지폐 사범을 잡기 위해 공조했다면 이번에 마약사범에 대한 공조다.

전작의 현빈과 유해진의 케미에 다니엘 헤니까지 더해지며 외모파 배우 3명으로 스크린은 더욱 화사해졌다.

화려한 액션과 더불어 국경을 뛰어 넘을 수 없었던 민영(윤아)의 철령에 대한 짝사랑은 성공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지는 이번작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9월 9일)

범죄와의 전쟁, 군도, 공작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처음 선보이는 드라마.

수리남에서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마약 밀매조직을 만들어 마약왕이 된 한국인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등 연기로 정평이난 배우들이 출연한다.

사업가 이지만 남미 마약왕 전요환을 검거하기 위해 협력하는 강인구(하정우), 국정원과 목사는 허울일뿐 실제는 수리남을 쥐고 흔드는 마약왕인 전요환(황정민), 전요환을 잡기 위해 강인구와 협력하는 국정원 미주지부 팀장(박해수), 조선족 출신 전요환의 행동대장(조우진), 변호사이자 마약조직의 브레인(유연석), 수리남 중국 조직 수장(장첸* 특별출연) 등 역할만 공개됐을 뿐이지만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선사하리라는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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