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혼자만 간직해오던 글들을 한데 엮어 시집으로 내보일 때 시인들은 마치 자식을 낳는 어머니의 마음과 같다고 말한다. 자신의 시들을 책이라는 창구를 통해 세상에 내놓은 황병욱, 최지온 두 시인의 신간을 소개한다.

물의 도시
황병욱|한국미소문학|144쪽


황병욱 시인은 경기도 광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다. 황 시인은 첫 시집 ‘물의 도시’에서 인간 근원에 대한 물음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 존재의 흔들림을 그려냈다.

그 중 ‘우천리’ 시리즈는 사라졌지만 존재하는 것들, 존재하지만 만질 수 없는 것들에 집중한다. 1973년 팔댕댐이 건설되면서 사라진 마을 우천리를 배경으로 잊히고 사라진 것들을 현재 시점으로 재편성해 다가오는 삶의 현실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시인은 삶의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린 그러나 놓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고 정진규 시인은 "황병욱 시인은 내면적 성찰의 깊이를 지니고 있으며, 은유적 구조의 실체를 무리 없이 표현 구조로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움은 언제나 익숙함에서 출발한다. 안락한 공간에서 출발한 익숙함이 어느새 낯선 시간으로 다가온다면 시인이 그려내는 ‘물의 도시’에 더욱 가까워 진 것이다.

양은 매일 시작한다
최지온|파란|144쪽


최지온 시인은 자신의 내면을 향해 꾸준히 질문을 던지고, 회의를 하며 한 세계를 건넌다. 또 부정의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있어서 동의와 거절, 슬픔과 따뜻함 등이 차분하면서도 은은하게 펼쳐진다. 자신의 내면을 죄어오는 부정의 세계를 긍정하고 이해하는 동시에 그것의 부조리함에 대해 말한다. 시인의 시선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향하는 것이다.

시인의 시들은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에 내재한 슬픔을 캐내 빛나는 언어로 재구성한다. 그녀의 작품들은 슬픔에도 구체적인 형상과 빛깔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최지온 사진
최지온 시인. 사진=본인 제공

최 시인은 "첫 시집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격려가 되는 시집이기를 꿈꾼다. 돌아온 양 한 마리가 어떻게 돌아왔는지, 돌아올 때의 마음이 어땠는지 헤아리는 목동이고 싶다. 나에게 첫 시집은 돌아온 양 한 마리이며 아직 돌아오지 않은 양 한 마리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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