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면충돌한 외교통일위원회에

우리는 어제 이번 국감이 실질적인 민생만을 바라보기 원한다는 주문을 한 바 있다. 그렇지만 예상대로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알려진 대로 이미 여야는 국정감사 첫날인 어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대상 국감에서 박진 외교부장관의 퇴장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짐작한대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말 국회에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에 박 장관의 국감장 퇴장과 장관직 사퇴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순방외교 성과가 상당한 것을 내세우면서 다시 말해 이러한 민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억지 정치공세라고 방어막을 치면서 여야 합의로 개의한 국감을 조속히 진행하자고 맞선 것이다. 결국 여야는 박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공방만 주고받았고 회의는 개의 약 30분만에 정회했다.

모두가 마치 짜인 각본대로 움직인 하나의 연극무대 같았다. 국민들이 보기에도 이런 모두의 주고받은 얘기들이나 앞뒤 정황들은 과거 국감장의 데칼코마니식으로 밖에 느끼지 못할 상황으로 여겨진다. 이날 오전 10시 개의 후 첫 발언권을 얻은 민주당 간사 이재정 의원이 말한 얘기들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권의 빈손외교, 굴욕외교 심지어 막말외교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정권에 대한 기대감도 바닥에 떨어진 상태"라 포문을 열었는데 주관 소관위로 국회 외통위원으로서 참담하기 그지없다는 주장은 그렇다 해도 과연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는지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었다.

모든 주장에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자기 고집이 있다. 서로의 할말만 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얘기가 국감장에서 오가면 안된다. 이 의원 말처럼 국회의 권위, 의회주의를 존중해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을 받아들이고 박 장관에 대한 회의장 퇴장을 요구하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지만 그것을 국민 모두의 뜻이라고 밀어 붙이기에는 왠지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서다. 어찌보면 결과에 승복 못하는 모습마저 엿보이는 민주당의 이면도 있다. 그렇다고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 말처럼 박 장관이 대통령과 함께 이번 해외순방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다는 것에 국민들이 전적으로 동의하기에도 모자란 면이 있을 얘기다.

다만 그의 말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외교부장관을 일방적으로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자칫 선례를 남길 수 있어 조심했어야 할 대목으로 판단된다. 모두의 말처럼 박 장관은 외교수장이다. 그래서 이런 자리에서 우선 외교정책과 또 이번 외교순방에 대한 내용을 소상히 국민들에게 설명할 기회가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더구나 방미 중 이뤄진 윤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무엇이 그리 굴욕적이고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외교였는지 제대로 짚었어야 했다. 탁상이나 치고 목소리만 높여 국감을 이끄는 시대는 한참이나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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