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촌 최초 서점…지역문화 거점공간 역할 톡톡
황영경 책방지기 "주민들 덕분에 코로나 시기 버텨"

"그 책방은 동네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예요." 책방지기에게도 부러움을 사는 책방이 있다. 그만큼 지역문화 거점공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방증일 것이다. 주민들에게, 이웃 책방에게도 인정받고 사랑받는 공간인 광주 퇴촌의 ‘서행구간’을 찾아가봤다.

광주 서행구간 입구 모습. 사진=김유진기자
광주 서행구간 입구 모습. 사진=김유진기자

◇퇴촌 최초의 서점= 황영경 책방지기는 "서행구간은 문학과 문화를 굉장히 중시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문학과 문화를 매우 중요시하는데 문화적 인프라가 풍족하지만은 않은 지역에 책방을 연 이유는 무엇일까. 황 책방지기는 "퇴촌이라는 지역이  문화 소외지역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도심과의 거리도 꽤 멀다. 그렇지만 퇴촌주민들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소양을 충분히 갖추고 계시다"며 "저는 서행구간으로 인해서 퇴촌이 문화 향유지역이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황영경 책방지기. 사진=김유진기자
황영경 책방지기. 사진=김유진기자

◇주민들의 애정이 듬뿍 담긴 공간= ‘서행구간’은 2년차 신생 서점이다. 지난 2020년 말에 문을 열었고 자영업자들에게 재앙과도 같았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꿋꿋하게 버텨낸 서점이기도 하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비결은 바로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이었다. 책방지기와 고객들의 유대관계를 증명이라도 하듯 인터뷰 중간 중간 책방을 찾는 이들은 반가운 표정으로 황 책방지기에게 인사를 건넸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맞아주는 황 책방지기의 모습에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서행구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밴드가 있습니다. 이분들은 모두 서행구간을 자신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응원해주고 지원해주시는 분들이예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모두 참여해주시고, 특별한 일이 없을 때도 늘 서행구간을 찾아주시죠. 서행구간이 앞으로 계속해서 유지되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분들이예요. 이 분들 덕분에 책방 운영에 큰 에너지를 얻습니다."

광주 서행구간 내부 모습. 사진=김유진기자
광주 서행구간 내부 모습. 사진=김유진기자

◇‘서행구간’에 가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책방에 가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작가와의 만남, 음악공연(재즈, 바이올린 ,대금 공연 등)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들이 손님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서행구간에서는 올해만 해도 ▶자녀와 부모관계 교육 ▶부부학 강의 ▶독립영화 상영 ▶사진 강의 ▶그림자 인형극 등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도 서행구간의 백미는 바로 ‘아무튼 쓰기’, ‘아무튼 읽기’ 모임일 것이다. 에세이를 쓰며 글쓰기 근육을 키워나가는 ‘아무튼 쓰기’ 모임은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고 있으며, 읽기 모임은 매주 토요일에 진행된다. 퇴촌이라는 지역에 사는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모임에 참석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주민들이 쓴 글을 책으로 묶어 내는 활동도 진행 중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의 ‘글쓰기 창작소’ 프로그램 지원으로 진행되는 이 문화활동은 퇴촌지역 주민들의 에세이를 한데 모은다. 오는 31일 ‘서행구간에 들어왔습니다’란 책으로 주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낼 예정이다.

광주 서행구간 내부 모습. 사진=김유진기자
광주 서행구간 내부 모습. 사진=김유진기자

◇살롱문화, 퇴촌에서 꽃피다=황 책방지기는 서행구간을 ‘동네주민들이 자신만의 꿈을 이루는 공간’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누구나 이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강의하고 관심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클래식부터 동화 구연, 제3세계 음악까지 장르에 제한이 없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살롱 문화를 퇴촌에서도 이어보고 싶었어요. 이 곳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강의를 만들어 갈 수 있죠. 스테인드글라스 강의가 열리기도 하고, 제3세계 음악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도 있죠.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수강생이 될 수 있습니다. 서행구간 안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꿈을 펼치라는 취지가 담겨있어요. 책방지기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의 공간인거죠. ‘서행구간은 늘 사람이 먼저였다’고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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