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앙카라에 남아있는 앙카라학원 기억들
1953년 적신월사 지원사항 담긴 기록엔
앙카라학원에 1천556달러·원단 원조
1958년 1월 29일 신문엔 "백만환 지원" 기록 
데미르바체 초등학교 교사 학용품 지원
몇차례 리모델링으로 관련 자료는 소실
양국 어린이날에 문화교류 진행 요청도
튀르키예 영령 기리는 한국공원 위령탑
애정·희생·헌신 돌아보며 취재진 묵념

1951년 튀르키예 군인들은 전쟁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의 부모를 자처하며 ‘수원앙카라학원’을 세웠다. 한국전, 그 참혹했던 전쟁 속에도 튀르키예 군인들은 수원 앙카라 학원에서 이 땅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가르쳤다.

70년이 지난 지금 점차 희미해지는 앙카라학원의 의의를 재조명하기 위해 중부일보는 8월 13일부터 21일까지 튀르키예 이스탄불·앙카라 참전용사회, 튀르키예 국방부 군사역사기록보관소, 주 튀르키예 한국대사관, 적신월사(적십자) 등을 방문해 취재했다. 

중부일보는 총 10회에 걸쳐 ‘월드리포트 앙카라 학원의 기억과 기록’을 연재하며 참전 용사들의 생생한 증언과 현지 기록을 통해 한국과 튀르키예 우호관계의 원천을 재확인한다. 

 

앙카라 소재 데미르바체 초등학교. 사진=중부일보 취재팀
앙카라 소재 데미르바체 초등학교. 사진=중부일보 취재팀

앙카라학원은 튀르키예 군인들의 애정과 선의로 설립됐지만 앙카라학원을 지원한 것은 비단 군인들만은 아니다.

앙카라학원 설립과 운영에 튀르키예 각계각층의 많은 기관들이 한국의 아이들을 위해 십시일반 손을 보탰다.

중부일보 취재진은 지난 8월 16~17일 튀르키예 앙카라시에 소재한 튀르키예 적신월사, 데미르바체 초등학교, 한국공원 등을 방문해 앙카라학원에 대한 튀르키예의 애정을 다시금 확인 할 수 있었다.

◇붉은 초승달 적신월사

취재진은 지난 8월 17일 앙카라 소재 튀르키예 크잘라이(적신월사, 붉은 초승달을 의미하며 한국의 적십자와 같은 역할)를 방문해 튀르키예 적신월사에서 앙카라학원을 지원한 내용을 확인했다.

튀르키예 적신월사 측에서 공개한 자료는 1953년 튀르키예 적신월사가 한국에 지원한 사항을 1954년 국제연합에 보고한 기록이다.

튀르키예 적신월사에서 공개한 앙카라학원 지원 자료. 해당자료에는 앙카라학원 뿐 아니라 적신월사의 한국 지원내용 포함돼 있다. 사진=중부일보 취재팀
튀르키예 적신월사에서 공개한 앙카라학원 지원 자료. 해당자료에는 앙카라학원 뿐 아니라 적신월사의 한국 지원내용 포함돼 있다. 사진=중부일보 취재팀

해당 기록에는 앙카라학원 뿐 아니라 부산에서 발생한 화재를 지원한 내용과 서울 병원 재건을 지원한 내역 등이 담겨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해당 기록에 따르면 튀르키에 적신월사는 학교재건 사업의 일환으로 앙카라학원에 550터키리라(당시 달러 환산 시 1천556달러)를 지원했다.

더불어 27m 길이의 원단도 보냈다.

이들이 보낸 1천556달러는 1953년 2월 기준 환율 1달러에 60환으로 추산하면 9만3천390환, 12월 환율 180환 기준으로는 28만170환으로 추산된다.

해당 추산은 단순비교로 한국전 앞뒤에 단행된 잦은 화폐액면가 절하와 전쟁으로 인한 부정유통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부실한 기준점으로 튀르키예 적신월사 지원금액에 대한 정확한 현재가치는 가늠키 어렵다.

단순 비교를 하자면 당시 대략 쌀 1가마에 5천500환으로 약 17가마에 해당하며 2020년 기준 쌀 한 가마에 22만원을 적용하면 17가마는 370만 원 상당이다.

단 2장뿐인 서류이지만 이를 통해 튀르키예 각계각층에서 앙카라학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또 1958년 1월 2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튀르키예 적십자사(적신월사)에서 앙카라학원에 이백만 환의 기금 보냈다는 내용이 있어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칸 사네르 적신월사 기록보관소 관리자는 "앙카라학원 후원에 대한 추가 기록이 남아있을 수 있다"며 "다만 문서 상당수가 프랑스어로 작성돼 영어로 번역하고 다시 튀르키예어를 거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다른 자료들 역시 번역 작업을 통해 앙카라학원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무명의 교사 한국의 아이들을 위해 학용품 지원하다

데미르바체 초등학교는 여러 참전용사들의 인터뷰 도중에 밝혀진 곳으로 앙카라학원에 학용품을 지원한 기관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은 앞서 주 튀르키예 한국대사관을 통해 이곳의 소재 파악과 연결을 부탁했다.

취재진이 방문할 당시 방학 중임에도 교장을 비롯한 많은 교사진이 취재진을 맞아 앙카라학원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인터뷰 중인 데미르바체 초등학교 교장
인터뷰 중인 데미르바체 초등학교 교장. 사진=중부일보 취재팀

 

이날 취재진과 인터뷰한 외메르 비르센 데미르바체 초등학교 교장은 "학용품 지원은 학교 차원에서 진행한 것은 아니고 한분의 교사가 선의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교사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교사들과 참전용사를 통해 선행이 오래도록 알려져 왔지만, 누가, 어떻게, 얼마나 앙카라학원을 지원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건립된 지 오래된 학교라 그동안 몇차례 리모델링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관련 자료가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자료제공이 불발된 것에 대해 학교 측은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앙카라학원과 데미르바체 초등학교의 인연이 지속되길 원하기도 했다.

비르센 교장은 "양국의 아이들에게 한국과 튀르키예 사이 맺어진 형제의 관계, 앙카라학원을 잊지 않도록 양국의 아이들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며 "양국의 어린이날(튀르키예는 4월23일)에 각자 나라에 머무르고 있는 상대국 아이들에게 교육 행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제의했다.

더불어 "튀르키예 학생들에게는 한국문화를 한국학생들에게는 튀르키예문화를 알리는 행사도 같이 진행하자"고 덧붙였다.

그는 취재진과의 만남 서두와 말미에 "지금 앙카라학원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꼭 앙카라학원이 아니라도 인근의 초등학교라도 데미르바체 초등학교와 교류·협력이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하며 교류 협력을 요청했다.

 

한국공원 중앙에 위치한 위령탑
한국공원 중앙에 위치한 위령탑

◇두번째 참배

앙카라에 소재한 한국공원은 한국전에서 산화한 튀르키예 영령을 기리기 위해 한국정부에서 1973년 조성한 공원이다.

한국공원 중앙에는 약 30m 크기의 한국의 석탑 형태의 위령탑이 위치해 있으며 한국 전통건축물의 모습을 지닌 구조물과 예술품 등으로 공원을 장식했다.

더욱이 이곳 공원의 흙은 부산에서 가져왔으며 나무 등 식물들 역시 모두 한국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한국에 대한 헌신과 양국교류의 의미를 더했다.

이 탑은 토이기(튀르키예)군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전에 참전, 혁혁한 전공을 세운 바를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건립되다. 안카라(앙카라)시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 세워지게 된 이 탑은 토이기공화국 건립 제 50주년 기념일을 기하여 한국정부가 토이기국민에게 헌납하다. 1973년 10월 29일
이 탑은 토이기(튀르키예)군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전에 참전, 혁혁한 전공을 세운 바를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건립되다. 안카라(앙카라)시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 세워지게 된 이 탑은 토이기공화국 건립 제 50주년 기념일을 기하여 한국정부가 토이기국민에게 헌납하다. 1973년 10월 29일

위령탑 뒤편으로는 전몰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거대한 대리석 벽이 자리하고 있다.

취재진은 지난 7월 20일 튀르키예 출국에 앞서 용인 튀르키예 참전기념비를 찾아 참배한 바 있다.

취재진은 앙카라학원으로 대표되는 한국에 대한 그들의 애정과 희생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도 재차 참배했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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