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창단한 극단 연극마을은 연극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자는 소박한 뜻을 담고 있다.

미국의 ‘빵과 인형극장’이라는 극단은 연극하는 사람들끼리 마을을 이루고 농사를 짓는다. 추수한 밀로 빵을 만들어 팔고 그 돈으로 순회 공연을 다닌다. 공연과 동시에 밀가루와 빵을 팔기도 한다. 연극마을의 이름은 이곳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말 그대로 연출, 스태프, 배우 모두 모여 살며 연극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것이다.

조현건 극단 '연극마을' 대표.
조현건 극단 '연극마을' 대표.

◇대학로를 떠나며

활황기를 지난 90년대 중반 대학로의 제작 시스템은 변모하기 시작했다. 제작의 주체도 극단보다는 기획사가 중심이 됐고 배우들도 기획사가 뽑았다.

연극은 흥행할만한 지극히 상업적인 작품만 무대에 올랐고,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과 섹스코미디가 소극장을 차지했다.

조현건 연극마을 대표는 "어차피 돈은 못 버니, 연극적 가치를 가진 작품을 우리라도 하자는 마음이었다"며 "이곳(군포)에서 연극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창단을 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연극적 가치는 희곡으로서 가진 문학적 가치, 배우들의 표현에 의한 배우양식의 예술, 예술적·철학적·인문학적 가치라고 말한다.
 

1999년 연극협회 창립, 연극마을 창단공연 욕망이라는 이름의 마차
1999년 연극협회 창립, 연극마을 창단공연 욕망이라는 이름의 마차

◇연극마을, 군포 최초의 전문 연극극단

조현건 대표가 군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4년 경기도 도립극단 상임단원으로 들어가면서다. 그 때 군포에 자리를 잡았고 군포와 인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조 대표는 "도립극단이 나와 생리에 맞지 않고, 활동제약도 많아서 그만두게 됐다"며 "1998년 군포문예회관이 개관하면서 당시 소극장 철쭉홀이 생겨 극단을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대학로의 상업적 변화와 군포문예회관의 건립이 군포 최초 극단 탄생이라는 나비효과로 이어진 셈이다.

2016년 러시아 그여자의소설 출연진
2016년 러시아 그여자의소설 출연진

◇ 해외 교류 나서는 연극마을

연극마을은 연해주 우수리스크 극단과 협약을 맺어 서로 교류하고 있다. 2007년에는 국제연극제에도 참여해 한국 연극계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조 대표는 "한국 희곡이 다른 말로 번역돼 사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 2016년에는 고 엄인희 작가가 집필한 ‘그 여자의 소설’이라는 연극을 러시아어로 번역, 러시아 배우들로 구성해 우수리스크 극장에서 정식 레퍼토리로 공연을 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연극마을은 경기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해외 극단과 교류하는 극단이다.
 

2005년 이오네스코의 수업
2005년 이오네스코의 수업

◇ 연극도 클래식

조 대표는 연극을 클래식으로 보지 않고 창작만 강요하는 현재의 공모, 후원 풍토에 대해 지적한다.

그는 "후원과 공모가 아니면 연극을 만들기 힘든데 오로지 창작만 그 대상이 된다"면서 "베토벤은 300년을 했지만 지속적으로 재해석하며 창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연극에만 완전히 새로운 창작을 강요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클래식이 가진 철학적, 인문학적 가치가 인간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수백년이 지나도 그 시대에 맞게 재해석할 수 있다"며 "연극도 클래식인 것은 마찬가지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올리면 ‘왜 옛날 것을 하냐’는 비판은 이해할 수 없다. 최근 인기를 끄는 ‘범 내려온다’도 수궁가의 재해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경리 선생님은 토지 한 작품을 20년동안 썼는데 현행의 공모 시스템처럼 1~2년을 주고 아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안형철기자

극단 짤막소개

▶극단 대표: 조현건

▶대표작 ‘그 여자의 소설’

독립운동가와 결혼한 여성, 남편은 얼마 뒤 떠나고 집안은 몰락했다. 여성은 아이와 시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부잣집의 씨받이로 들어간다. 하지만 아들을 안겨줘도 부잣집의 남편은 그녀를 놔주지 않았고, 그 집안까지 그녀가 책임지게 됐다.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까지 격동의 역사를 통해 여성의 인권에 대해 최초로 얘기한 연극. 2016년에는 러시아 연극으로 번안돼 무대에 올랐다.

▶차기작 ‘아주 간단한 이야기’

소련의 해체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가져왔지만 소련의 지원이 없어지면서 우크라이나는 경제파탄에 빠져든다. 독립이라는 혼란한 시기, 동물들의 시선으로 당시 인간들을 바라보는 연극이다. 체제의 붕괴에 따라 시민들이 입는 피해는 무엇이고 그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원작이 우크라이나 작품으로, 현재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지는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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