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대구에서 시작된 신축 아파트의 미분양 공포가 수도권까지 올라왔다.

건설사들이 미뤄오던 공급을 쏟아내면서 중소형 건설사부터 대형 건설사까지 미분양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9월 기준 국토교통부의 주택통계에는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이 7천813가구다.

직전달인 8월보다 56% 급증한 수치다.

실제 수원시 권선동 ‘수원 아이파크 시티 10단지’의 경우 두 번째 무순위 청약을 통해 입주자 모집에 성공했다.

이 단지는 지난 8월 일반분양 당시 모든 평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으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80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이어 지난달 12일 첫 무순위 청약에서도 80가구 중 23건이 다시 미달됐다.

또 지난달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508가구 중 6가구만 신청하는 등 대규모 미달이 발생한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 자이 SK뷰’는 남은 502가구에 대해 청약통장과 상관없이 동, 호수를 지정할 수 있는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1대 1을 밑돌게 되면 사업자가 재량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수원시 망포동에 위치한 ‘영통 푸르지오 트레센츠’와 ‘영통 푸르지오 파인베르’ 역시 지난달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모집수를 다 채우지 못하면서 전용 105㎡ 일부 가구에 대해 동·호수 지정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안양시 호계동 ‘평촌두산위브더프라임’은 일반분양 물량 178가구 중 111가구에 대해 지난달 24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나, 27명만이 청약을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 0.24대 1을 기록했다.

화성시 봉담읍 ‘화성봉담자이라젠느’ 역시 지난 9월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나 신청건수는 128가구 중 30건에 그쳤다.

의정부시 의정부동 ‘의정부역파밀리에Ⅰ’은 지난 8월 무순위 청약 53가구 모집에 4가구만 신청이 들어왔다.

이렇게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APT무순위/취소후재공급’ 정보를 보면 7월부터 11월까지 71건에 달한다.

문제는 아직 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1월 경기에 공급되는 물량은 2만914가구로 수도권 물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앞서 대구지역의 미분양은 지난해 12월 1천977가구에서 올해 3월 6천572가구로 대폭 늘어난 이후 6천 가구대를 유지하다 7월 7천523가구, 8월 8천301가구로 훌쩍 뛰었다.

9월에는 1만여 가구를 넘겨버렸다.

대구에서는 이미 ‘밀어내기 분양’이라는 문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발생했던 미분양 사태를 다루는 기사에는 ▶눈물의 반값 세일 ▶눈물의 땡처리 ▶눈물의 미분양 털기 ▶눈물의 세일 등 ‘눈물’이 주로 들어갔다.

당시에는 ‘분양가보다 빠지면 최대 1억 보상’, ‘최대 1천800만 원 현금 캐시백’, ‘최대 13.5% 할인 분양’ 등의 마케팅 전략도 나왔었다.

물론 현 상황과는 비교가 안되는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2만 가구 이상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마케팅이 나왔었지만 현재 미분양 가구 물량과 비슷한 7천여 가구에서 2만여 가구가 된 시간은 불과 4개월 만에 벌어졌다.

즉, 현재 7천여 가구가 미분양이어도 언제 또다시 2만 가구가 미분양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하지만 할인 분양을 노리는 실수요자 역시 있을 수 있지 않은가.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쉬쉬하며 분양가를 할인해 판다는 소식이 들리곤 한다.

그 숫자는 아직 적지만 다음 달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사의 PF대출만 34조 원.

그렇기 때문에 이제 할인 분양 아파트가 속속 등장할 거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는 메꿔야 하니까.

다만, 할인 폭이 향후 주택가격 하락 예상 폭을 충분히 넘어서는지, 주변 시세와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입지는 좋은지 등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할인된 분양 아파트를 사더라도 고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개인의 상황에 맞게끔 상환 계획을 세워야 하니까 말이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던 실수요자들의 진짜 눈치게임이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김현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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