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날 헤이리
쑬딴 외 / 쑬딴스북 / 128쪽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은 서울보다 북한이 가까운 곳으로 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거리는 3km 남짓이다. 예술마을이라고 해서 딱히 엄청나거나 거대한 무엇이 있지는 않다.

다만 200명의 거주자 중에 예술인 비중이 조금 많은 정도.

이 책에서는 헤이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어떻게 헤이리에 와서, 어떻게 살고 있고, 헤이리가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 겸 등장 인물은 책방주인, 공인중개업소, 작가, 농부, 출판사, 카페주인, 화가, 플리마켓 운영자, 헤이리 예술 마을 사무국 직원, 헤이리 거지에서 지금은 100여 평의 사무실에서 잘나가는 광고쟁이와 그 유명하다는 마늘빵의 주인공까지 총 14명이다.

이들을 통해 스쳐간다면 몰랐을 헤이리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이번 주말 가족과 연인과 아니면 혼자서 조용히 헤이리를 가보면 어떨까. 혹시 알겠는가? 글 속의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을 지도.

 

아무러한 날들의 오후를 걷다
황금모 / 문화짱 / 242쪽


장마 뒤끝의 햇살은 맑고 푸르다.

오랜 장마 속에 갇혔던 하얀 뭉게구름과 초록 그늘과 숨죽이고 있던 온갖 소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처럼 터져 나왔다.

아, 가을이다. 저자는 가을을 맞아 그동안 진솔하게 기록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엮어냈다.

그의 수필 속에서 언듯 언듯 튀어나오는 유머와 위트는 그의 삶의 궤적을 짐작케 한다.

20년 동안 묵혀둔 일상이지만 어제 담근 것 같은 신선함이 있다.

무엇이 삶일까. 저자의 소소한 일상을 소소한 글로 옮긴 소소한 질문은 때로 크게 다가온다.

 

비거니즘
에바 하이파 지로 / 호밀밭 / 448쪽


이 책은 지금까지 출현한 비거니즘 문화와 정치를 가장 포괄적이고도 이론적으로 섬세하게 연구한 대표적 작업물이다.

저자는 하나의 학문으로서의 ‘비건학’을 주장하며 음식 액티비즘을 포함해 사회정의와 관련해 더 큰 폭에서 다양한 각도의 쟁점을 던지는 비거니즘의 정치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정체성, 지역정치, 액티비즘, 동물지리학, 에코페미니즘, 포스트휴머니즘, 인종이론, 신물질주의 등 다양한 연구에 기반해 이 뜨거운 논쟁의 장에서 비거니즘이 단지 식단 선택의 문제만이 아니라 근본적이고도 급진적인 정치적 잠재력을 가지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통념에 도전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비거니즘이 제기하는 정치적, 윤리적 복잡한 사안들을 동시대 역사 속에서 중요한 시점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책의 목적"이라며 "비거니즘이 식문화의 한 형태로서 지니는 고유함을 파악하려면 역설적으로 비거니즘을 식문화 그 이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이 책 전반에 걸쳐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 생존 법칙
조상철 / 라온북 / 267쪽


저자는 20대 초반 노점 창업으로 시작해 호떡, 닭꼬치 등 길거리 장사 1천 원의 위력을 목도하고 외식업의 세계로 들어섰다.

사업의 진화를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2007년 외식브랜드를 주제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20년 동안 저자는 19개 브랜드, 700여개의 매장을 관리했으며 전국상권 각지에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며 외식창업생태계를 체득했다. 저자가 관리했던 브랜드 가운데 8개는 직접 기획해 개업했으며 7할 이상의 승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도 백화점, 아울렛 등 특수상관을 중심으로 25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신한대학교에서는 겸임교수로 외식업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학생들에게 전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식당 운영에 필요한 생존마인드, 상품력, 매출력, 집객력, 현금력 등 분야별로 정리한 생존 법칙을 공개한다.

 

어떤 신세계
샤샤 맘착, 마티나 포글 / 라임 / 272쪽


기술은 인류의 삶을 편리하고 풍족하게 만들었다. 전쟁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이전보다는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시대다. 휴대폰과 비행기의 발달은 시간과 공간을 더욱 좁혔다. 2000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백살까지 넘게 살 확률이 높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나 암과 같은 질병은 정복될 것이다. 화성에 사람이 가는 모습도 보게 될 지 모른다.

미래는 과연 이처럼 희망적일까. 2017년 1만5천명의 과학자들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세지를 발표했다. 그들은 우리가 지구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서둘러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래세대가 살만한 지구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우리는 당장 무엇을 해야할까?

이책에서는 이 주제를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 지구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총망라하며 우리가 처한 이 치명적인 위기의 근본 원인을 예리하고 집요하게 추적해나간다. 마침내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서로 함께 임을 강조한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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