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사 필진 좌담회<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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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일보 ‘인문기행-경기도의 전통사찰’ 올해 사업은 경기도 내 시군 ‘학예사 필진’들을 모시고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 4일 오전 수원화성박물관 회의실에서 열린 마무리 좌담회 모습. ( 왼쪽부터) 이서현 용인시청 학예연구사, 정은란 성남시 박물관사업소 학예연구사, 한동민 수원화성박물관장, 구본만 여주시청 문화재팀장, 강경묵 본보 문화부장.

중부일보의 전통사찰 기획연재 3기 ‘인문기행 경기도의 전통사찰’에서는 경기도 31개 시군 학예사들이 필진으로 구성돼 각 고장의 대표적 사찰을 소개했다. 앞서 불교전문가들로 구성된 필진들의 연재에서 나아가 지역문화, 지역역사 전문가인 학예사들의 참여로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사찰에 얽힌 사연과 전승이야기 등 콘텐츠를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이와 더불어 진행한 ‘학예사기고’는 사찰과 연계되거나 또는 사찰 이외에 해당 지역의 역사를 주제로 펼쳐진 학예사들의 칼럼으로 유익함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올해 처음 시작한 ‘학예사 필진’들의 소회와 다음해 이어질 학예사들의 전통사찰 연재에 대한 방향과 고민을 지난 4일 오전 11시 한동민 수원화성박물관장, 구본만 여주시청 문화재팀장, 정은란 성남시 박물관사업소 학예연구사, 이서현 용인시청 학예연구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좌담회를 통해 정리해 본다.


◇그동안의 소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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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만 여주시청 문화재팀장. 사진=강경묵기자

구본만 팀장="독자들이 읽을 때 뭔가 관심을 유도하고 싶었다. 스스로도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얻고자 노력했고, 가능한 조금이라도 쉽게 풀어서 쓰려고 애썼다. 더불어 일선 학예사들이 발굴조사 보고서나 수리보고서 등의 자료들 가운데 독자들한테 알려줄 필요성이 있는 것들을 담았다. 특히, 다른 학예사분들의 연재를 보면서 공부가 많이 됐다. 공통된 부분과 차이가 있는 부분을 짚어가면서 비교 설명해 줄 것도 있었다. 또 내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됨으로써 보완 설명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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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용인시청 학예연구사. 사진=강경묵기자

이서현 학예사="원고 작성을 위해 사찰에 직접 방문하고 사진도 찍고 했는데, 그 때가 5월 봄으로 가장 좋았을 때였다. 당시 사찰이 주는 느낌들이 너무 좋았는데 그 느낌을 다 담아서 보여줄 수 없는 것이 좀 아쉬웠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다음 연재에서는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다가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처음에는 논문이나 보고서 양식의 글들을 주로 쓰다 보니까 쉽게 풀어서 쓴다는 게 좀 어려웠다. 첫 머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고민을 좀 했었는데, 앞서 쓰신 선생님들이 쓰시는 걸 보고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참고가 됐다. 그리고 전통 사찰이나 오래된 사찰에는 창건 설화 등 역사적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설화가 역사적 사실과 맞는지를 따지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듯했다. 설화적인 내용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수 있고 더욱 반영을 하는 게 여러 사람들의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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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란 성남시 박물관사업소 학예연구사. 사진=강경묵기자

정은란 학예사="성남에서 근무를 한 지가 오래되지는 않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성남에 대해 더 깊이 보게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학예사의 본분 중에 하나가 지역사회 발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찰에 얽혀 있는, 일반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역사가 뭐가 있을까 많이 찾았다. 사찰의 특징, 외관과 경관보다는 그 사찰이 갖고 있는 지역사회, 지역의 역사가 사찰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중심으로 기술하려고 노력을 했다. 학예사로서 사찰에 대한 알지 못하는 가치를 또 찾아내고 지역사회와 연계를 찾아내서 스토리텔링하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 이번 기회는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공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기쁜 일이기도 했다. 지역사회에 대한 정보가 문화재에 녹여져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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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수원화성박물관장. 사진=강경묵기자

한동민 관장="이전에 언론사들이 사찰에 접근하는 방식들 대개는 중앙 단위 전문가들이 불화, 석탑 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글이었다. 지금처럼 경기도에 있는 학예사들이 자기 지역에 있는 전통사찰을 이렇게 집단적으로 쓰기를 시도한 건 처음이다. 이 부분이 중요한 지점이다. 문화재들을 서술할 때 큰 공백은 없지만, 주민들과의 관계, 이 부분들이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지역민들이 아는 이야기들이 반영된 것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면 결국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은 지역 학예사들이 연구해줘야 한다. 그런데 사찰이 종교적인 건물이다 보니 신앙의 문제로 인해 가서 안 보려는 사람들도 있다. 사찰이 종교적 기관으로서 갖는 한계 부분을 극복해야 하는 것과 지역민들과의 사회적 연관성 등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그동안 학예사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다고 보긴 어렵다."

◇내년에는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면 좋을까?

구본만 팀장="앞서 연재된 ‘남양주 수정사’ 같은 경우 두물머리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요즘 트렌드가 ‘뷰 맛집’이다. 단순히 딱딱하게 전통사찰을 소개하기 보다는 어디를 가면 정말 멋진 뷰가 있다는 식으로 연결해서 소개해준다면 독자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을 듯하다. 여주의 경우에는 파사성이 있는데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너무나 멋지게 나온다고 입소문이 나니까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와서 안전울타리까지 설치하게 됐다."

한동민 관장="다음 주제를 고민했는데 ‘내 마음속에 절’이라고 가제를 생각해 봤다. 그냥 가서 슥 보고 온 뒤 쓰는 게 아니라 1박을 하는 방식이다. 건물만 보고 오는 것은 껍데기만 보고 오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 집에 살고 있는 주인들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룻밤을 잔다는 상황 속에서 스님들하고 접촉할 수 있는 면이 분명 생길 수 있고, 하루를 지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전하는 것도 의미있을 듯하다. 그 절의 속살을 조금 더 볼 수 있게 말이다. 대화를 통해서 그 절의 모르는 이야기나 관련된 이야기, 문제점 등이 드러날 수도 있다."

정은란 학예사="1박에 대해 조금 걱정이 있다. 종교적인 거부감은 없지만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있어도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저변에 깔려 있는 게 풍부해야 되는데 그 의미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다. 문화재에 대한 안목이 있으니까 그 절에 문화재라도 있으면 그 문화재랑 엮어서 가능하겠지만 과연 하룻밤을 자면서 나만 힐링하게 되는 건 아닐지. 사람들에게 힐링할 수 있는 그런 것을 내가 찾아줄 수 있을까 너무 걱정이 된다. 조금 더 보완을 해보자면 사찰에는 관련된 인물이 있으니까 저 같은 경우에는 문화재가 없어서 깊이를 보지 못하면 인물은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물은 문헌으로 찾을 수 있고 기록으로 찾을 수 있으니까 사찰의 인물을 조명하는 방식으로 연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구본만 팀장="경기도 내 104개 전통사찰 가운데 우리가 40개 가량을 진행했다. 어차피 이 전체에 대한 마무리를 짓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직 다루지 않은 전통사찰들이 상당수 남아 있다. 여주에도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전통사찰이 있고 아직 다루지 못했다"

한동민 관장="또 하나의 주제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이게 참 어렵긴 하지만 경기도의 ‘오악’, 산을 묶어서 산을 중심으로 사찰을 풀어낼 수도 있다. 수락산을 잡아서 한 줄로 주욱 소개하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이 방법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강경묵·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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