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농민 민주농장1
경기농협에서 ‘이달의 새농민’ 상을 수상한 황순자·지웅길 여주 민주농장 대표가 지난달 29일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연경 기자

황소의 걸음이 보기엔 느린 것 같지만 꾸준한 모습이 믿음직스럽다는 뜻의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

천천히 나아가는 황소걸음처럼 일이 더딜지라도 인내하며 노력하다 보면 성공에 이른다는 말이 꼭 어울리는 부부가 있다.

한몸이고 한마음이라고 해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옛말처럼 서로의 손을 맞잡은 지웅길·황순자 민주농장 대표는 1992년부터 30년 가까이 제2의 고향 여주시 흥천면에서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11월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의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된 지대표(59)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황순자 민주농장 대표가 소를 돌보고 있다. 신연경 기자
황순자 민주농장 대표가 소를 돌보고 있다. 신연경 기자

◇제2의 고향에서 다시 시작한 ‘선녀와 나무꾼’ 부부의 인생 2막="농사나 지어볼까 하는 생각에 고향으로 내려왔어요. 우리 열심히 살자고 둘이 손잡고 다짐했죠."

여주시가 고향인 지웅길 대표는 결혼 초 아내와 함께 지역으로 돌아왔다. 두 부부는 결혼한 지 오랜 시간 지나지 않아 다니던 회사가 부도를 맞게 되자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게 됐다.

두 사람은 새로운 시작에 앞서 훌쩍 여행을 떠났던 용문사에서 더 열심히 살아보자고 약속했다. 이들 부부는 그 약속이 오늘을 있게 했다고 말했다.

황순자 대표는 "땅도 없이 맨손으로 내려왔다. 그때 지역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남편의 성실함만 보고 임대차를 많이 주신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내가 아이를 돌보면서 소를 키우겠다고 했고, 남편은 건축 현장에 나가 돈을 벌어왔다. 소 5마리로 시작해 열심히 쉬지 않고 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웅길 대표도 "하루하루 나가서 번 돈으로 밤이면 아이들을 재워놓고 둘이서 그 좁은 공간을 소 키우는 외양간으로 만들었다"면서 "둘이 열심히 살아서 남들에게 표본이 되는 삶을 살아보자고 한 약속을 늘 가슴속에 새겼다"고 했다.

5마리로 시작해 38마리까지 점차 축사를 채워간 부부는 지난 30년을 회상하면서 하루도 쉼없이 일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황 대표는 "아이들이 어릴 적 그린 그림을 보면 엄마, 아빠가 농사짓느라 장화를 신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들이 우리를 보면서 ‘엄마, 아빠는 선녀와 나무꾼 같아’라고 이야기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11월 농협중앙회의 ‘이달의 새농민상’ 시상식에 참석한 지웅길·황순자 대표 모습.
11월 농협중앙회의 ‘이달의 새농민상’ 시상식에 참석한 지웅길·황순자 대표 모습.

◇축사 지었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최종 목표는 전국 1등 소 만드는 것=현재 한우 140마리를 키우고 있는 지금의 민주농장은 축산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을 때 비로소 완성했다.

지 대표는 "땅을 구입해서 차츰차츰 지어야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한해 한해 손수 짓다 보니 이곳으로 옮겼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곁에 앉은 황 대표의 얼굴에도 미소가 띄었다.

두 대표는 열심히 노력해서 키운 만큼 자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인근은 물론 다른 지역 농가에서도 농장 운영 방법을 보러 꾸준히 찾아온다는 설명이다.

꿈에 대한 질문에 지웅길 대표는 두 가지 답을 내놨다. 한 가지는 돈 많이 벌어서 함께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자고 했던 젊은 시절 아내와의 약속이고, 다른 한 가지는 축산업 종사자로서의 포부였다.

그는 "그동안 소 키우는데 모든 정성을 쏟았다. 축산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일 텐데 전국에서 1등 가는 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민주농장에서 키우는 소. 신연경 기자
민주농장에서 키우는 소. 신연경 기자

◇소는 내게 있어 자식과 같은 의미=지웅길 대표에게 ‘소’에 대한 의미를 묻자 단번에 애지중지 키운 자식과 같다고 답했다.

지 대표와 그의 아내는 "세월이 흐르다 보니 지금은 담담해졌지만 처음에는 소를 보낼 때 많이 울었다"면서 "소가 먹는 것부터 자는 자리까지 늘 깔끔하게 정리했고 자식 같은 마음으로 키웠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뷰 도중 밥시간에 맞춰 소가 울자 농장으로 달려가는 지 대표의 모습을 보니 그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달의 새농민’ 수상 당일 찍은 기념사진을 꺼내보인 황 대표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두 부부는 "지역에서 우리보다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아 상을 받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새기고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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