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음식 가짓수보다 조상 기리는 마음 중요"
성균관, 떡국·나물·구이·김치·술·과일 등
가족 상의해 좋아하는 것으로 결정 추천
전이나 기름에 튀긴 음식 굳이 안써도 돼

◇간소화된 설 차례상

추석에 이어 간소화된 설 차례상이 다시 발표됐다.

이번에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이하 성균관),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한국유교문화진흥원성균관이 제시한 차례상은 송편이 떡국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추석과 똑같다.

예시로 떡국, 나물, 구이(적·炙), 김치, 술(잔), 과일 4종 등 9가지 음식을 올린 차례상을 보기로 제시했다.

성균관에서 제시한 9가지 역시 가족과 ‘상의’해서 좋아하는 것으로 결정해도 된다는 것이 앞서 추석에 발표한 내용이다.

차례상에 올리는 예시의 과일은 예시일 뿐 과일 종류는 정해진 것이 없으니 4~6가지를 편하게 놓아도 된다.

기존에 알려진 ‘홍동백서(紅東白西·제사상에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일)’나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는 예법을 다룬 문헌에 없는 표현이며 순서는 상관없이 올리면 된다.

또 전이나 기름에 지진 음식은 꼭 차례상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 널리 알려진 5열 배치의 차례상. 사진=중부일보 DB
기존에 널리 알려진 5열 배치의 차례상. 사진=중부일보 DB

◇기존 설 차례상

기존 차례상의 경우 널리 알려져 있듯이 5열까지 법칙이 정해져 있었다.

간소화 차례상은 고정된 형식보다는 형편에 따라 정성을 다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쓰이던 상차림을 참고용으로 덧붙였다.

차례상은 신위가 있는 쪽부터 ▶1열 : 떡국과 송편 잔반, 시접(수저와 젓가락 그릇), 초접(식초) ▶2열 면, 육전, 육적, 계적, 소적, 어적, 어전, 병 ▶3열 : 육탕, 계탕, 소탕, 어탕 ▶4열 : 포, 삼색나물, 간장, 물김치(나박김치), 혜 ▶5열 : 밤, 배, 산자, 다식, 약과, 사과, 감, 대추 순으로 놓는다.

이런 배치는 신위에 사람이 앉아 있다고 보면, 1열은 식사류인 밥, 국 등이 오르고, 2열은 제사상의 주요리가 되는 구이, 전, 3열에는 부요리인 탕 등이 올라간다.

4열에는 나물, 김치, 포 등 밑반찬류, 5열에는 과일과 과자 등 후식에 해당하는 것들이 올라간다.

◇형식보다는 정성

차례는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에 지내는 것이고, 기제는 조상·부모의 돌아가신 날에 지낸다. 차례는 송편, 떡국 등 명절 음식을 중심으로 올리고, 시제와 기제에는 밥과 국을 올린다.

차례는 약식이므로 한 번만 술을 올리고 축문을 읽지 않는다. 반면 시제와 기제는 반드시 세 번 술을 올리고 축문을 읽는다.

차례에는 사당이 없는 일반 가정에서는 지방을 모시고 제사를 지냈으나,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괜찮다.

성균관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대례필간 大禮必簡)고 한다"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마음 다하는 것이 우선이지 형식이 우선이 아님을 성균관에서도 밝혔다.

그릇의 위치와 음식 가짓 수가 아니라 마음의 깊이와 정성의 방향이 우선이다.

고인을 기리고 가족의 화목을 도모하는 것이 명절의 본 뜻이니 가정의 상황에 맞춰 원하는 대로 차례상을 준비하면 된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설 세배 男 왼손손이 위로, 女 오른손이 위로
조부모 있을 땐 부모세대 세배후 손주세대

◇세배법

성균관은 이번 설 세배 인사법에 대해 자세히 알렸다.

세배 때 하는 절은 ‘전배’(展拜)라고 부른다.

세배는 어른이 먼저 바르게 앉은 뒤에 절 하는 사람은 ‘공수’(拱手) 자세를 취한 후 몸을 굽혀 절을 하면 된다.

공수는 복부와 주먹 하나 정도의 간격을 두고 두 손을 배꼽 높이에서 가지런히 모으는 것으로 남자는 왼손이 위로,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도록 포갠다.

공수를 한 상태에서 몸을 굽혀 손을 바닥에 대고 왼쪽 무릎, 오른쪽 무릎 순으로 바닥에 닿게 한 후 손등에 닿을 듯 말 듯 하게 머리를 숙인다.

일어설 때는 오른쪽 무릎을 세우고 두 손을 오른쪽 무릎 위에 올린 후 왼쪽 다리를 펴 일어선다.

얼어선 뒤 공수한 상태로 고개를 약간 숙이는 인사 ‘읍(揖)’을 하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자리에 방석이 있을 경우 밟고 올라서 절하면 안 된다.

다만 세배와 달리 흉사 때 절을 할 경우 남녀 모두 공수 위치가 바뀐다. 예컨대 남성이 조문을 가서 절할 때는 오른 손이 위로 가도록 해야 한다.

조부모가 있을 경우 부모세대가 먼저 세배하고 손주세대가 다음에 하는 것이 예의에 맞다.

지방을 쓸 경우 한자 폭 6cm·길이 22cm 적당
세로쓰기 원칙·첫 글자 현(顯) 존경의 의미

◇지방 쓰는 법

지방 사용되는 종이는 폭 6cm 정도, 길이 22cm 정도의 한지(백지)가 적당하다.

통상적으로 아버지는 ‘현고 학생부군 신위 (顯考 學生府君 神位)’라 적고, 어머니는 ‘현비 유인 강릉최씨(본관예시) 신위(顯비 孺人 江陵崔氏 神位)’라고 적는다.

세로쓰기를 하며 고위(아버지)를 왼쪽, 비위(어머니)를 오른쪽에 쓴다. 한 분만 돌아가셨을 경우에는 중앙에 쓴다.

지방에 쓰이는 순서는 고인과 제사를 모시는 사람(제주)의 관계, 고인의 직위와 이름을 적은 후 마지막에 신위라고 적는다.

현(顯)은 존경의 의미로 지방의 첫 글자로 붙는데 아랫사람한테는 쓰지 않는다.

고(考)는 돌아가신 아버지, 비(비)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의미한다.

할아버지는 조고 (祖考), 할머니는 조비(祖비)를, 윗대로 갈수 증조(曾祖), 고조(高祖)의 칭호가 붙는다.

학생(學生)은 특별한 관직이 없는 경우를 말하므로 관직에 있던 경우는 관직명을 적을 수 있다.

학생 대신 처사(處士)라고도 쓰며 18세 미만에 죽은 자는 수재(秀才)나 수사(秀士)라고 쓴다.

부군(府君)은 자신의 윗사람인 경우에 사용하며 아랫사람한테는 직접 이름을 쓴다.

여성은 유인(孺人)이라 쓰고 본관 성씨를 이어 쓰는데 사실 유인(孺人)은 조선시절 외명부의 종9품에 해당하는 명칭이었지만 그냥 벼슬없는 사람들도 함께 사용하는 단어다.

가장 널리 쓰는 ‘학생부군신위’는 벼슬하지 못한 보통의 남성을 의미한다.

만일 대상이 사무관(5급) 이상 직급의 공직생활을 한 적이 있을 경우, ‘학생부군신위’가 아닌 ‘(직급명) 부군신위’를 쓸 수 있다.

안형철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