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외국인 도시’, ‘산업단지 도시’이다. 외국인과 산단은 가치중립적인 단어임에도 여기에서 파생된 안산시의 이미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국제적이고 세련되거나 역동적이고 첨단화된 도시로서 이름을 날릴 법도 한데, 오히려 외부인의 시선은 거꾸로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안산시가 1986년 시로 승격되고 이듬해 반월산단이 완공되면서 지금까지 지나온 짧은 역사를 되짚어보면 알 수 있다.

반월산단은 국내 3대 중소기업산단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 및 산업시설을 분산하려는 목적의 국가산단이다. 주거와 교육, 교통 등의 인프라를 갖춘 배후도시 건설을 목표로 조성한 만큼 2014년까지 안산시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에 비해 감소하기는 했지만 안산시는 여전히 경기도 31개 시·군 중 여덟 번째로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인구의 평균 연령은 전국 평균보다 젊다.

국민이 고령화되고 소득이 증대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2004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는 등 이주노동자들을 본격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고, 산단배후도시 안산에도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삶의 터전을 잡아오고 있다. 처음 외화를 벌기 위해 왔던 이주노동자들은 점차 고국에서 가족을 데려오거나 한국에서 결혼을 하며 정착했고, 영주권을 취득하거나 귀화를 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 됐다. 2022년 12월 안산시의 인구는 약 73만 명으로, 그 중 동포를 포함한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12%인 8만 8천여 명에 이르고 있어 단연 경기도에서 1위이다.

주지하듯 안산의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나라보다 소득이 낮은 국가 출신들로 구성된 데다가 외국인 인구의 절대수치가 많다보니 외국인 범죄의 스포트라이트는 고스란히 안산의 몫이 됐고, 이렇게 안산의 이미지는 고착화된 것이다. 내국인 범죄율보다 낮음에도 언론이 사실을 확대 보도하고, 국민들이 사실을 몰라준다고 억울해 할 수 있지만 필자는 다양성이 주는 삶의 풍요를 믿기에 안산시의회의장으로서 주어진 환경에 감사할 따름이다.

단일민족 신화를 배경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중언어 교육에 대한 인식은 다민족 국가에 비해 낮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영어나 중국어처럼 주류 외국어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다문화가정에서는 자녀들에게 이중언어로 교육하는 경우가 꽤 많지만 전체 중 약 40%만 자녀에게 이중언어 교육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어릴수록 둘 이상의 언어 습득이 쉽고, 다문화자녀들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한 이들의 제1언어는 한국어가 될 것이다.

인도의 초대 총리 네루와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 리콴유는 어려서 모어를 구사하지 못 한 채 영어만 구사할 줄 아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 적이 있다. 엄마 또는 아빠의 어설픈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은 오히려 자녀의 한국어 습득을 저해할 수 있으며, 엄마와 엄마나라의 말로 충분히 대화할 때 자녀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지능과 학습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다문화자녀에게 이중언어 교육은 수월성 교육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평생 엄마와 외국어로 소통할 수밖에 없는 심경을 누가 알겠는가.

안산시는 한국어를 잘 하지 못 하는 중도입국자녀 등에게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한국어를 모어로 하는 다문화자녀들에게 부모의 출신국 언어를 가르치는 이중언어 교육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올해는 경기도비를 포함한 예산 4천300만 원을 투입하여 안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중국어와 베트남어 등 4개 언어반에서 140명에게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중언어 구사자는 인생 초기에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수 있으나, 앞서 언급한 것 외에도 창의력과 열린 사고력을 촉진한다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또한 안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인구수 상위 10위 국가의 언어 중 중국어와 러시아어를 제외하면 ‘특수외국어 교육 진흥에 관한 법률’로 규정하는 특수 외국어이기 때문에 이들 언어의 구사자들은 고급 인력으로 육성될 것이다. 재외동포 733만 명, 국내 거주 외국인 165만 명 시대, 머지않아 안산시의 새로운 발전 동력은 안산시 안에 충분히 있다.

송바우나 안산시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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