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지적 장애인을 혼자 두고 외출해 사망케 한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24일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호성호)는 유기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26·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 31일 오전 8시 피해자 B(2021년 사망 당시 25세·여)씨가 입에 거품을 물고 팔을 잡고 들어 올려도 반응하지 않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지만 약속이 있어 3시간 뒤인 11시 30분께 B씨를 혼자 두고 외출했다. 이후 3시간 뒤 돌아와 B씨가 여전히 의식이 없다는 것을 알자 119로 병원에 옮겼다. 그러나 B씨는 1시간도 안 돼 숨졌으며 사인은 급성 약물 중독이었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B씨의 좋지 않은 건강 상태를 분명히 알았는데도 집에 혼자 방치하고 외출해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B씨는 사망 2년 전인 2019년 5월부터 우울증과 불면증 약을 복용했고 A씨와 산 뒤에도 갑자기 실신해 119구급차에 실려 간 적이 2번이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측은 의료진이 B씨에 대해 24시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상태로 판단하고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을 증거로 삼았다.

A씨는 법정 공판에서 "언니가 심각한 상태인 줄은 몰랐고 사망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A씨와 B씨 그리고 B씨의 여동생은 모두 지적 장애인으로 이들은 특수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B씨 자매는 할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 피해자 보호시설에 있다가 이후 연락이 닿은 아버지와 한동안 같이 살았으나 이번엔 가정폭력을 당했다. 자매는 2019년 집을 나와 A씨의 친척집에서 살았다. 2021년 A씨가 오피스텔을 얻어 독립한 뒤에는 B씨 동생과 다퉈 A씨와 B씨만 지냈다.

호 부장판사는 "평소 A씨 역시 지적장애가 있는데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B씨에게 연민을 느끼고 곁에서 나름대로 성심껏 돌봤다"며 "B씨의 생명이 위중한 상태인 줄 알면서도 죽도록 내버려 둘 이유는 없어 보이고 그럴 동기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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