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시장이 핫플로 떠올랐다. 방송인 백종원 씨가 재정비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근은 물론 멀리서도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간다. 많아야 하루 200여 명 남짓 방문하던 시장이다. 그런 곳에 불과 두 달 새 18만 명이 다녀갔다. 주말에는 한두 시간쯤 기다리는 게 기본이 됐다. 급기야 지난 2월 말 긴급 공지를 내고 문을 닫았다가 리모델링 후 엊그제 다시 개장했다. 인구 8만 명 남짓한 지방 소도시 전통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예산시장의 성공 요인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유명인이 했다는 점이다. 백종원 씨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목식당’이 대표적이다. 장사가 안되는 집을 컨설팅해 대박집으로 거듭나게 하는 콘셉트다. 때문에 장사하는 사람들에겐 신과 같은 존재다. 예산시장 프로젝트도 방송에 나가 수차례 소개하며 시청자의 주목을 끌어냈다. 기업인으로서 역량도 탁월해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을 터트렸다. 심지어 지난 대선에선 차기 대선주자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싫어하는 사람이 없고 평판도 좋으니 정치권에서 탐낼 만도 하다. 두 번째는 기획이 잘 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은 대부분 긴 통로처럼 돼 있어 그냥 쭉 지나가고 만다. 예산시장은 가운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넓은 마당을 만들고 분위기도 시장 정취가 물씬 풍기게 꾸며놨다. 또 음식을 주문하고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면 자리까지 배달해준다. 먹고 나면 공동으로 고용한 종업원들이 곧바로 치운다. 전통시장이지만 대형 푸드코트 같은 방식을 취한 것이다. 세 번째는 SNS를 잘 활용했다는 점이다. 백 씨는 방송인 겸 기업인이지만 유튜브채널 구독자가 600만 명에 육박하는 초대형 인플루언서다. 입소문, 손소문(클릭 공유)이 활발하게 이뤄지다 보니 마케팅 효과도 탁월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에서도 방문 후기가 넘쳐난다. 여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담 없는 아이템에다 지역을 살리자는 명분도 좋으니 대박이 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다.

그럼 다른 전통시장도 예산시장을 따라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잠깐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식상해지고 말 것이다. 어쩌면 다 같이 망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관광지마다 있는 똑같은 기념품은 누구도 사지 않는다. 로컬의 성공은 어떻게 ‘다름’을 이뤄내고 이를 생태계로 조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즉 그곳만의 스토리와 아이템을 묶은 일종의 벨트를 구성해야 지속성 있는 경쟁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골목상권과 연계하면 상생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수원 행궁동, 전주 한옥마을, 대구 김광석거리 등이 좋은 예다. 여기에는 서울에 없는 독특한 스토리와 먹거리, 볼거리가 있다. 또 지역에서 성공한 산업과 접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편리한 교통 인프라로 연결하고 상품권 연계 등으로 묶어주면 시간을 내 찾아가 볼 만한 충분한 모멘텀이 된다. 막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봄 직하다. 고향방문 패키지를 마련하고 평일과 주말, 성수기, 비수기 등으로 다양하게 선택권을 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연간 8천300억 엔(8조1천억 원)이 고향납세로 모아지는 일본에선 이를 지역 발전으로 연결해 효과를 보고 있다.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인구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다.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소멸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경기·인천도 41개 시군구 중 25개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한정된 사람들을 서로 끌어오고 끌어가는 제로섬게임은 자칫 지자체간 소모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길게 보면 국가적으로도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다. 이제 간판 정비하고 주차장 만들어주는 하드웨어 행정은 그만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들이 서울에만 들렀다 가지 않도록 해외사례와 국내상황, 디지털 인프라 등을 분석하고 접목해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해외 유수 도시들과 겨룰 수 있는 자생력 있는 지역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모처럼 찾아온 ‘로컬의 재발견’을 재도약의 기회로 활용하자.

민병수/디지털뉴스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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