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부터 전국 사찰의 입장료가 폐지되었다. 이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 유명사찰이라 하여 그 이전엔 입장료를 받았다. 사찰입구에서 관광객 또는 참배객들과 입장료 문제로 실랑이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런데 60여 년 동안 입장료를 받던 게 무료화 되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잘 된 일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사찰이 있다. 참배를 하거나 고요히 명상하고 기도를 하러 가는데, 입장료를 내야 하는 것은 온당치 못했다. 이제 누구나 절에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다. 참배든 관광이든 자유로이 오갈 수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부처님 오신 날도 오월에 있다. 현덕사도 부처님 오신 날을 기리기 위해 사찰 입구와 절 마당에 줄을 매 연등을 예쁘게 달아 놓았다. 잔칫집 같고 축제 분위기가 살아난다. 색색의 연등이 파란 하늘과 녹색의 나뭇잎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었다. 우리 현덕사가 이 정도인데, 다른 사찰은 말해 무엇하랴. 참으로 아름다울 것이다.

가정의 달에 걸맞게 가족들과 함께 사찰 나들이를 하면 어떨까. 부모님을 모시고 전국의 유명 사찰로 효도 여행을 시켜 드리는 것이다. 부처님 전에 향을 하나 피워 올리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 좋을 것이다. 종교와 상관없이 때를 맞춰 가면 사찰에서 점심 공양에 참여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사하촌이라 불리는 절 아래엔 맛집이 즐비하다. 그곳에서 부모님 입맛에 맞는 공양을 사 드리면 더 좋으리라. 또 주지스님에게 잘 우린 녹차 한 잔 얻어 마시고, 좋은 법문 한 말씀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우리 현덕사에서는 커피를 내려준다. 일명 사발커피이다. 활짝 열린 사찰을 방문하여 두루 두루 둘러보면 볼거리가 많다. 사전에 공부하여 아이들에게 불교에 대한 이것저것을 설명해 주고 알려 줌으로써 부모의 위상이 올라가고 달라질 것이다. 연등이라도 하나 접수하여 온 가족의 이름을 나란히 써 단다면, 최고의 나들이가 되지 않을까. 아이들이 있는 부모라면, 부모 노릇 한번 멋있게 하길 바란다.

사찰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대웅전에 누구라도 들어가 참배하고, 잠시 앉아 참선이나 명상도 하고, 108배도 3천배도 해도 된다. 말 그대로 자유다. 요사채의 쪽마루에 앉아 듣는, 두견새 뻐꾸기 산까치 등 온갖 산새들의 어우러진 노랫소리, 그건 최고의 음악이다. 이 계절에는 밤낮을 안 가리고 개구리들의 합창도 들을 수 있다. 심하게 울면 밤의 수면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좋다. 바람이 불어 대웅전 처마에 매달린 풍경이 땡그랑하고 울면 그게 산사의 교향악이다. 목탁소리에 스님의 염불 소리를 더할 때 생 명상음악이 된다. 이런 산사의 풍광을 보고 들으면, 누구라도 선한 마음을 내어 부처가 되리라.

산사의 날씨는 도시의 날씨와 다르다. 말 그대로 변화무쌍하다. 밤에는 달빛이나 별빛이나 초롱초롱 빛나도, 새벽녘에는 산안개인 산무가 자욱하여 먼 산이 산수화의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웅전 용마루의 용이 산안개를 뚫고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그뿐인가 비 오는 산사를 만나면 도시의 아파트에서 들을 수 없는 낙숫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낙숫물 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떤 생각에 집중하여 귀 기울어 들으면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소리도 결국 귀로 듣는 게 아니고 가슴으로 듣는 것이다. 낙숫물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물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갖 만상이 다 들어 있다. 부처가 보이고 천사도 보인다. 내 생각대로 보인다.

5월의 산사에서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평온한 마음을 얻을 수 있다. 5월에 부처님을 따라 깨달음의 길로 따라가 보자. 그 곳에 우리가 추구하고 간절히 바라는 행복이 있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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