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가장 의문이 드는 점이 있었다. 성착취물을 사용하고자 커뮤너티 활동을 하던 사용자들은 어찌하여 채팅 상대방, 즉 피해자에게서 경험될 공포나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들은 온라인 저편에 있는 사람도 게임의 아바타 정도로 여기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최근 어떤 포털의 우울증 갤러리에서 여학생 한 명이 회원들에 의하여 비난받고 조롱당하여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 그녀의 마지막 순간에 입회하였던 이십대 남성은 입건이 되었으나 이후 그녀의 자살영상은 여전히 성착취물처럼 웹 사용자들에 의해 깊숙한 곳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들은 절벽에 위태롭게 서 있는 자살시도자들의 절망마저 게임 속 유희로 여기는 것일까? 손 하나 까딱 않고 게시판 댓글로만 생사를 가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전지전능함을 즐기기나 하는 것일까?

최근 해괴한 사건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갓 태어난 ‘젖먹이’를 돈을 주고 사고 파는 이른바 ‘신생아 매매’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경찰의 조사 결과 신생아 거래는 주로 산모가 퇴원하는 날 산부인과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신생아 매매 브로커는 병원의 출생증명서 없이도 보증인 2명만 내세우면 산모를 바꿔 소위 ‘인우증명’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출생신고를 하게 된다. 더욱이 이런 거래는 인터넷의 게시판에서 일어나는데, 조건만남 등으로 부모의 출생신고가 불가한 미혼모들이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소위 브로커들이 아이를 원하는 부모를 모집하여 적당한 수수료를 받고 매칭을 시켜준다는 것이다. ‘입양’이라고 검색되는 게시글들이 이런 영아매매의 단초가 되는 것인데, 무엇보다 귀중한 생명을 거래한다는 차원에서 N번방 사건과 근본적으로 보자면 맥을 같이 한다.

이들 사건들에 가담한 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큰 공통점은 죄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유달리 사이코패스라서가 아니라 하도 오랫동안 사이버공간 속에서만 생활을 하다 보니 자신의 행위로 인해 보이지도 않는 피해자에게서 발생할 고통 자체를 상상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자신에게 발생하는 피해나 불공정도 생각할까? 답은 당연히 ‘no’이다. 자신에게 발생한 불행에는 치를 떨면서 온라인 공간 속에서 자신이 범하는 피해자의 고통에는 완전 몰이해 하다. 심각한 괴리가 존재한다. 이는 대면접촉, 인간관계의 부재가 가져 온 해악인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코로나 3년의 격리기간으로 인해 청소년과 초기 청년들에게서 이런 현상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P2E라는 것이 있다. 즉 온라인 게임으로 플레이를 하는 중 획득한 아이템은 온라인머니가 되고 결국에는 실물화폐가 된다는 개념이다. 최근 민주당의원 하나가 입법까지 시도하려던 제도가 바로 P2E이다. 그는 현재 가상화폐의 신으로 간주되고 있는데, 업체로부터 입법로비를 받았을 수 있다는 혐의로 최근 고발당하였다.

그의 도덕성을 지금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다. 만일 P2E라는 것이 공고해졌다고 가정해보자. 게임아이템은 게임을 사용하는 시간에 비례하여 더 많이 획득되어 게임머니가 될 것이고 그러면 그것은 식비가 되고 유흥비가 될 수 있다. 만일 이것이 현실로 구현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아이들은 학교를 가서 교실에 앉아있는 대신그 시간에 게임에 몰입하려 할 것이다. 꼭 학업 정진이 어렵다는 것 말고도 P2E 세상의 룰은 점점 오프라인 세상도 지배하기에 이를 것이다. 가만히 책상 앞에 하루 종일 앉아 배달된 음식으로 생물학적 욕구를 해결할 뿐 아니라 성욕도 쉽게 사람을 사서 해결하고 그로인한 부산물인 영아도 쉽게 사고 팔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인스턴트인 그 세상은 결국 ‘사람’이 상실되는 지옥 같은 세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두려울 뿐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