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 침공 및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러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향해 출발한 것으로 11일 확인되면서 북러 정상회담은 12일~14일 블라디보스토크 또는 별도의 장소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두 번째 대면 회담이며, 김 위원장으로서는 4년 5개월 만의 대면 정상외교 재개다.

이번 회담은 지난 2019년 4월 열렸던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보다 한반도 정세와 역내 안보지형에 여러모로 큰 충격파를 던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뚜렷해진 한미일과 북중러 대립 구도를 한층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국제사회는 이번 회담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진척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탄약이나 군사물자를 지원하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기술적 지원을 받으려 한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그간 한미는 북러 군사협력 진전을 저지하려고 노력해 왔다. 미국은 북러 정상회담 계획 관련 정보를 이례적으로 선제 공개했고, 한국 정부도 북한과의 군사 협력이 안보리 결의에 어긋난다고 러시아에 계속해서 주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의 방러가 성사됐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북러가 모종의 무기 거래를 위한 접점을 찾고 결국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북한 노동자를 러시아에 확대 파견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는데 이 역시 안보리 제재 위반이다. 러시아에는 유학생 등 편법으로 북한 노동자들이 체류하는 정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자신들도 찬성했던 대북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다면 기존의 대북제재 체제 자체가 상당히 무력화될 수 있다.

안보리 제재를 거스르는 북러 협력 노골화는 진영 대결 속에서 기존 국제사회 규범이나 비확산 원칙보다 자국의 지정학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한반도에 드리운 ‘신냉전 구도’는 더 짙어질 전망이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러·북·중 협력구도 문제는 아직은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영향력을 굳이 러시아하고 나눌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재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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