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선선해진 기온과 옷깃을 여미는 바람에 울긋불긋 나무들도 옷을 갈아입었다. 단풍놀이를 위한 발걸음, 어디로 옮기면 좋을까. 풍경 좋은 나들이에도 의미가 담겨 있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이 알아야 할 현대사 답사지에서 난중일기를 따라 걷는 길까지 다양한 여행지를 담은 신간 도서 5편을 소개한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남한산성 여행
황윤 / 책읽는고양이 / 336쪽


‘일상이 고고학 : 나 혼자 남한산성 여행’은 1019년 귀주대첩 시점의 고려와 1636년 병자호란 시점의 조선을 대비해 보는 남한산성 역사 여행 에세이이다.

책은 남한산성하면 떠오르는 병자호란의 굴욕보다 600년 전 일어난 고려 현종의 고려거란전쟁을 소환하며 패배한 역사와 승리한 역사의 차이를 살핀다.

저자에 따르면 두 시대 모두 한반도에 한민족 왕조가, 중국 대륙에는 한인 왕조가, 북방에는 유목민이 세운 왕조가 존재했다. 유목민이 세운 왕조는 중국 대륙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에 앞서 한반도부터 손보고자 했다. 여기에 고려 현종과 조선의 인조 둘 다 세자 시절을 거치지 않은, 준비되지 않은 왕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저자는 이렇듯 여러모로 유사한 상황 속에서 고려 현종과 조선 인조 두 임금의 판이하게 달랐던 위기 대처 향방에 주목한다.

책은 고려와 조선, 현종과 인조를 비교 분석하는 시도와 여행을 통해 역사가 일상이 될 수 있도록 초대한다.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
최은영 저자 글 / 이해정 그림 / 박래군 원작 / 클 / 184쪽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한국 현대사 인권 기행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가 독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어린이판으로 출간됐다. 어린이책 작가인 최은영이 장소를 꼽아, 내용을 다시 썼다.

책은 어린이들에게 관광지로만 알려진 제주로도 시작한다. 제주 4·3 사건이라는 역사의 흔적을 배울 수 있는 답사 코스를 구성하고, 무명천 할머니 등 아픈 사연들을 소개한다.

이후 광주 5·18 민주화 운동,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서울 전쟁기념관, 남산 안기부 터까지 주요 사건들의 배경이 된 장소에 얽힌 역사를 소개한다.

또한, 학생들의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고자 각 장마다 ‘더 생각해볼 문제’들을 수록했다.

 

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
노승대 / 불광출판사 / 432쪽


책은 사찰의 불상, 석탑 등과 달리 너무 작거나 사소해 보여 우리의 눈에 잘 띄지 않았던 부분에 숨겨진 사연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단순한 장식이나 생활용품, 일상적 공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무엇도 그냥 있을 리는 없다며, 하나하나에 새겨진 역사를 들려준다.

책은 2부로 구성됐다. 먼저, 1부는 암벽 위에 새기고, 바위를 다듬어 조성한 사찰의 석조물에 관한 내용이다. 마애불을 시작으로, 불탑, 석등 등 사찰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것들과 노주석, 당간지주에 대해 다룬다.

2부는 의외의 보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탁자와 법당에 오르는 계단, 돌로 쌓은 옹벽인 석축부터 해우소, 처마 밑에 놓인 항아리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백의종군길 1천700리
우상규 / 가디언 / 272쪽


책은 서울여해재단 이순신학교 교장으로 활동 중인 저자가 모진 옥고를 치룬 뒤 백의종군길을 나섰던 ‘난중일기’ 속 장군을 따라 걸은 기록이다.

현재 백의종군로는 680㎞(약 1700리)의 백의종군로 전 구간이 복원돼 있다.

저자는 이순신이 걸었던 남대문(숭례문)에서 시작해 수원-아산-익산-하동을 거쳐 합천군 매화마을 ‘완보 축하’ 글귀가 찍힌 마지막 스탬프를 모으며 21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저자는 이 여정을 통해 나라와 백성을 향한 장군의 마음을 헤아리며, ‘충무공 이순신 정신’ 전파에 더 매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독자라면 이순신 장군의 고뇌가 서려 있는 ‘백의종군로’를 걸어보자며 손을 내민다.

 

평화공원 조성을 전제한 비무장지대 연구 및 답사
서무송 / 푸른길 / 172쪽


평생 지형학을 연구한 저자 서무송은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게 될 시기가 머지않았을 거라 믿으며 그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책에는 비무장지대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고성군 현내면 대강리 강정마을, 송도진리의 통일전망대부터 판문점을 거쳐 오두산통일전망대까지 약 250km에 이르는 여정이 담겼다.

저자는 총 4종 지도를 연구 도구로 삼아 10개 지역의 도폭을 분석했다. 도폭별로 지리적 위치와 지질 및 지형, 전사에 기록을 남긴 격전지 쟁탈전, 비무장지대 밖 연계 가능한 관광자원, 종합 관찰 결과에 따른 평화공원 조성 제안의 내용을 실었다.

여기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난날의 역사(驛舍), 기총소사로 벌집처럼 구멍 난 채 고철 덩어리로 남은 객차 잔해 등 사진도 곁들여 생생한 답사 현장을 전한다.

정경아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