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대1, 371대 1, 240대 1….

언뜻보면 소위 인서울 대학교의 잘나가는 학과 경쟁률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은 올해 분양된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쟁률이다.

지난 10월 공급된 ‘동탄레이크파크 자연앤 e편한세상’의 경우 1순위 청약에서 279가구를 모집하는 데 10만5천179명이 몰렸다.

경쟁률은 377대 1이었다.

국민주택 분양(전용 85㎡ 이하) 물량까지 포함하면 13만6천695명이 접수해 올해 최다 청약자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마감된 ‘운정3 제일풍경채(본청약)’ 1순위 청약에서는 42가구 모집에 1만5천609명이 몰려 3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부 타입에서는 최고 2천396대 1(84㎡A 기타경기)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운정우미린더센텀, 호반써밋고덕3차, 운정자이시그니처 등의 아파트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서 높은 경쟁률로 화제를 모으며 분양에 성공했다.

모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들이었다.

분양가 상한제란 분양가격을 안정시켜 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아파트 가격을 일정 수준 아래로 규제하는 것으로 미리 정한 기본형 건축비에 택지비를 더한 뒤 그 이하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제도다.

감정된 토지비용(택지비)과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에 개별 아파트에 따라 추가된 비용인 가산비용을 더해 분양가의 상한선을 결정한다.

기본형 건축비는 6개월마다 조정된다.

현재 민간택지 중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공공택지는 3기 신도시를 포함해 모든 공공택지 개발지구가 포함된다.

주변에 비해 많게는 ‘억’ 단위가 내려가기도 한다.

물론 분양가 상한제는 ‘로또 아파트’로 불리며 과거에도 높은 경쟁률을 보여왔지만 최근 들어 고금리 등이 겹치며 찬바람이 불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승승장구 하는 모습이다.

이에따라 향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 분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말그대로 ‘희소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역에서 올해 남은 분양가 상한제 분양 아파트로는 ‘오산세교 파라곤(라인건설)’과 ‘고양 장항 제일풍경채(제일건설)’를 꼽을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일반 분양 단지는 살얼음판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21일 기준)은 10월 34.26대 1에서 11월 12.2대 1로 급격히 낮아졌다

공급물량 대비 청약자 수도 10월에는 공급물량이 1만1천260가구에 청약자 수가 25만8천341명이었지만 11월에는 7천429가구 공급에 6만6천653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 최근 분양을 진행한 아파트들 중 미달 사태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회천중앙역 대광로제비앙(본청약)은 484가구 모집에 402건 접수에 그쳤다.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는 431가구 모집에 320건 접수, 포천 대광로제비앙 211가구 모집에 14건 접수 등이 대표적이다.

분양 가구수를 얼추 맞추긴 했지만 겨우 미달을 면한 아파트도 다수다.

부동산 매물도 늘고 있다.

9월 30일 기준 12만7천982건이었던 경기지역의 아파트 매물은 10월 31일 14만2천242건으로 한 달 사이 1만4천 건 이상 늘었다.

매매거래량은 9월 8천977건에서 10월 6천933건으로 줄고 있다.

분양도 어렵고, 기존에 내놓은 집도 안나가는 형국이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흥행을 보자면 실수요자들의 마음이 읽히는 듯 하다.

금액만 적절하다면 아파트를 사겠다는 것.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지금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내세워 당선된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 중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공급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시행 3년만에 폐지수순을 밟았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이 안에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했다.

2002년 유행가에 빗대어 한 마디만 덧붙여 본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안 되나요…

김현우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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