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일보-국립농업박물관 공동기획

김장채소 수확 체험하는 아이 사진=국립농업박물관
김장채소 수확 체험하는 아이 사진=국립농업박물관

"1년 농사 잘 지었다. 올해 농사 잘됐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는 한 해의 성과를 평가할 때 "농사가 잘 됐다"는 은유적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자녀를 기르는 일도 ‘자식 농사’에 빗댈 만큼 농업은 우리 삶에 깊게 들어와 있다.

생업의 수단으로써 농업이 멀어져 가고 있다고 하지만 농업은 근본적으로 우리와 떨어질 수 없다.

먹고, 입는 상당수가 농업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고, 낱알을 땅에 뿌리는 최초의 순간이 문명의 시작인 까닭이다.

국립농업박물관 전경 사진=국립농업박물관
국립농업박물관 전경 사진=국립농업박물관

지난해 12월 수원에 문을 연 국립농업박물관은 농업이 가지는 근원적 가치를 조명하면서도 농업의 색다른 매력을 소개해왔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하고 누군가에는 낯설은 덕분일까. 국립농업박물관 누적관람객은 약 1년만에 50만 명을 돌파, 풍작을 거뒀다. 국립농업박물관 첫 해의 여정을 되짚어보며 그 속에 담긴 농업의 미래 가치를 살펴본다.

다랑이논에 모내기하는 국립농업박물관 직원들 사진=국립농업박물관
다랑이논에 모내기하는 국립농업박물관 직원들 사진=국립농업박물관

◇ 농업발전의 진원지 수원에 터 잡은 국립농업박물관

국립농업박물관이 자리한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은 한국 농업의 발전의 진원지라 할 수 있다. 국립농업박물관 교육동에서 내려다보이는 ‘축만제’는 정조대왕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저장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 저수지이다. 서둔동이라는 이름 역시 축만제의 다른 이름인 ‘서호’의 물을 이용한 둔전(屯田)에서 ‘서둔’이라는 이름이 유래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박물관이 들어서기 전 2014년까지는 농촌진흥청이 위치한 자리이기도 하며 박물관 뒤편 여기산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농학자 우장춘 박사의 묘가 있다. 국립농업박물관은 이처럼 농업의 역사를 잇는 수원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설립됐으며 지난 2012년부터 약 10년간 기초 연구 실시, 기본 계획 수립, 국립농업박물관법 제정 등 긴 여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15일 정식 개관했다.

안동 저전리 유적 출토 왕겨 사진=국립농업박물관
안동 저전리 유적 출토 왕겨 사진=국립농업박물관
농사직설 사진=국립농업박물관
농사직설 사진=국립농업박물관

◇ 문화·예술 새로운 옷 입은 ‘농업’

지난 9월 8일부터 11월 5일까지 열린 국립농업박물관 첫 번째 기획전 ‘농農, 문화가 되다’는 우리나라 농업에서 비롯된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살펴보고,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눈으로 바라본 작품으로 농업을 재조명했다.

특히 3부 전시 ‘삶 속의 예술, 농업’은 농업을 매개로 하는 시각예술 작품을 선보여 농업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 가치를 부각했다.

‘농農, 문화가 되다’에 전시된 임영숙 작가의 작품 ‘밥’ 사진=국립농업박물관
‘농農, 문화가 되다’에 전시된 임영숙 작가의 작품 ‘밥’ 사진=국립농업박물관

또 기획전과 연계해 농사직설, 임원경제지 등에 기록된 재래종 ‘까치콩’을 모티브로 설치한 조형물은 관람객에게 쉼터이자 포토존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농업을 보다 즐길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농업·농촌 문화유산 중 ‘오곡’을 주제로 하는 온라인 전시 ‘오!곡穀, 5五곡穀’은 우리나라 농업 역사와 함께 걸어온 다섯 곡식의 발자취와 미래 가치를 다뤘다.

전시는 현재 진행 중이며 누구나 문화 향유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온라인 멀티미디어 전시로 연출했다.

전시를 기획한 성주현 학예사는 "우리 삶 가까이 있어 낯익은 ‘오곡’을 통해 농업이 인류 문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임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특히 온라인 및 가상현실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농업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국립농업박물관 농촌체험장 사진=국립농업박물관
국립농업박물관 농촌체험장 사진=국립농업박물관

◇ 따듯한 흙의 촉감과 수확의 기쁨, 1분 만에 마감되는 농업체험프로그램

국립농업박물관은 무엇보다 체험프로그램이 강세다.

특히 농사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를 위해 직접 농작물을 키우고 수확할 수 있도록 마련한 체험 프로그램 대부분은 1분 안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사전 신청 관람객들과 함께 모내기부터 벼베기, 전통 방식 탈곡 체험까지 한 해 벼농사를 모두 경험해 보며 쌀의 소중함을 느끼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직접 모내기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사진=국립농업박물관
아이들이 직접 모내기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사진=국립농업박물관

다랑이밭에서 재배한 감자를 비롯해 무, 배추, 당근 등 김장 채소 수확 체험도 진행했다.

또 체험프로그램이 이뤄지는 ‘다랑이논과 다랑이밭’, ‘과수원’, ‘농가월령 산책로’ 등 야외경작체험장에서는 봄에 움트는 새순, 알알이 영근 여름의 푸른 벼, 황금 들녘의 가을, 겨우내 차곡차곡 쌓인 볏짚 등이 전하는 정겨운 농촌의 풍경을 사시사철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교육동에서는 박물관에서 직접 키우고 수확한 제철 농작물을 활용한 요리교실을 운영해 우리 땅에서 난 식재료의 소중함과 건강한 식문화를 전파한다.

다랑이 밭에서 수확한 ‘홍감자’는 이탈리아 요리인 ‘뇨끼’로 변신했고, 콩 ‘선풍’은 고소한 두부로 만들어져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외에도 아이들이 탐정이 되어 박물관 유물을 찾아내는 ‘출동! 농박 탐정단’, 농업관의 전시 유물을 탐구하고 미래 농업 도구를 만들어 보는 ‘유물탐험대’, 스마트팜 온·습도 조절 블록코딩과 인공지능(AI)를 이용해 수직농장을 관리해보는 ‘진로 체험 교육’ 등 미래세대들이 농업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국립농업박물관만의 색다른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국립농업박물관 수직농장 사진=국립농업박물관
국립농업박물관 수직농장 사진=국립농업박물관

◇ 다채로운의 농업의 색깔 보여주는 개관 1주년 기념 프로그램

국립농업박물관은 2023년 12월 15일 개관 1주년을 맞이해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12월 12일부터 진행한 두번 째 기획전시 ‘남겨진, 남겨질’에서는 찬란한 우리 농업유산에 ‘남겨진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남겨질 농업’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농업유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영상과 소리를 비롯해 기록, 유물 등 80여 점을 통해 메세지를 전한다.

기획전과 연계해 14일 열린 포럼 ‘기후위기 시대, 공생의 길을 묻다’에서는 기후위기 극복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미래로의 도약을 위한 방법을 논의한다.

다랑이논 구간에서는 내년 2월19일까지 볏짚아트 전시를 진행, 올해 재배한 품종과 볏짚 조형물을 설치한다.

음악회 ‘가치와 미래’ 사진=국립농업박물관
음악회 ‘가치와 미래’ 사진=국립농업박물관

15일에는 1주년 기념 '박물관 속 가치와 미래 음악회'를 진행하며 다양한 외식분야의 국내외 셰프들과 함께한 식문화 워크숍 ‘農의 입맛을 잇다’(11~15일), 원예치유프로그램(16일) 등 개관일 앞뒤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외에도 ‘기증자의 벽’ 제막식 및 기증식을 진행해 농업가치 제고를 위해 힘을 보탠 기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은 "개관 후 1년간 문화·예술을 테마로 전시·교육·체험을 기획하며 국립농업박물관만의 색깔로 농업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2024년에도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참신한 기획으로 국민들에게 농업의 가치와 문화가 스며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형철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