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 4집 앨범 수록곡 ‘시대유감’의 리마스터링 음원과 공식 영상이 공개됐다. 뒤이어 15일에는 아이돌 그룹 에스파가 이 노래를 리메이크한 버전을 발표했다. 1995년 10월 발매돼 햇수로 29년이 된 노래가 왜 2024년 새해 벽두에 다시 울려 퍼지는 걸까.

서태지와 아이들 4집 앨범은 사회적으로 많은 파장을 일으켰던 앨범 중 하나로 꼽힌다. 타이틀곡이었던 ‘Come Back Home’은 가출 청소년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던 노래로 꼽혔고, ‘필승’과 ‘시대유감’은 심의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필승’의 경우 가사 일부가 논란이 되며 해당 파트가 묵음 처리됐고, ‘시대유감’은 공연윤리위원회(현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 사전 심의에서 가사 내용을 문제 삼자 연주곡으로 바꿔야 했다. 문제가 된 내용은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모두를 뒤집어 새로운 세상이 오길 바라네’ 등으로 기성세대 비판, 급진적인 체제 전복 등을 지적받았다.

당대 최고의 가수도 심의라는 칼날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가요계는 노래가 세상 밖을 나오기 전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가위질을 당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반발이 계속되자 사전 심의제도는 1995년 12월 사후 심의로 개정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감스러운 사회를 비판하던 시대유감이 29년 만에 다시 소환된 데는 이유가 있다. 노래가 말하는 저항의 목소리가 2024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검게 물든’ 위정자들의 ‘숱한 가식’은 계속되고 있고,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과거형으로 굳어졌다. 노래처럼 ‘모두를 뒤집어’ 버릴 수는 없지만, ‘새로운 세상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 계속되는 이상 시대유감은 앞으로도 계속 울려 퍼질 것이다.

이한빛 디지털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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