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향배에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다. 연일 선거사무소 개소와 예비 후보자 등록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 지역에 대한 공천 발표도 끝없이 쏟아지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더해 개혁신당과 새로운 미래 등 신당들의 관심 몰이까지 더해지면서 여의도발 총선 눈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구획정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예비후보들은 선거가 이미 시작됐는데 표심을 일궈야 할 텃밭을 모른 채 농사를 짓고 있다. 예비후보자들이 발만 동동 구른 채 선거구획정만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대목이다. 사실상 각 당의 후보자가 정해지고 시작되는 공식 선거일정은 이번 총선의 예비후보자 등록 마지막 일이 3월 20일이라는 점을 감안, 3월 21일 이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투표일까지 20일 남짓밖에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예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예비후보자 등록 기간에 충분한 선거 유세를 펼쳐야 한다.

그런데 선거구가 어떻게 나눠질지 모르다 보니 집중해서 선거 유세를 진행한 지역이 다른 곳으로 편입될 수도 있고 타 선거구라 선거 운동을 펼치지 않았던 곳이 선거구로 편입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에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가 편입될 경우 보수 성향의 후보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신도시에 구도심이 편입되면서 진보 성향의 후보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경우의 수도 생긴다.

경기도 내 일부 지역의 경우 단 몇 백표로 당락이 갈렸던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선거구획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초 국회에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는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각 당의 당리당략에 따른 유불리와 비례 정수를 놓고 거대 양당이 합의점을 찾기 못하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선거구획정이 미뤄질수록 정치 신인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현역 의원들에 비해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예비후보자들의 경우 지역에서 조금이라도 얼굴과 공약을 알려야 하는데 쉽게 말해 ‘어디를 보고 총을 쏴야할지’를 모르고 있는 셈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만 믿고 있다가 차후 조금이라도 변화된 선거구가 발표되면 해당 지역은 무심코 날아온 돌에 맞아 죽는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에 선거구획정안을 보고하면서 "선거구획정 지연은 현재의 법적·제도적 한계에 따라 향후에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아 국민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거대 야당의 당 대표가 유세 현장에서 피습을 당하고 현역 국회의원이 돌에 맞는 현 상황의 원인을 혐오 정치 때문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현 정치를 믿지 못하고 특정 정당과 특정 정치인을 불신하기 때문에 이 같은 분노가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미디어가 더욱 다양해졌고 이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가짜 뉴스 등의 확산 등으로 인해 모방 범죄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방점을 둬야 하는 부분은 범죄가 아니라 ‘불신’이라는 부분이다. 현 정치와 정치인들을 믿지 못해서 발생하는 일들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선거구획정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구획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게 되고 결국 최종 선거구획정안을 불신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선거구획정이 늦어지는 이유가 기득권이 유리한 깜깜이 선거를 치르기 위함이 아니길 바란다.

문완태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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