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현역 모 국회의원이 의정보고회를 개최했다.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 및 성과를 보고하는 의정보고회는 동료 국회의원, 시·도의원, 지역 인사, 시민 등이 참석해 입추의 여지가 없이 체육관을 가득 메우며 성황을 이뤘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동료 의원들은 차례로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치적, 정치력 등을 언급했고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의원이 강단에 올라 인사말을 통해 재임 기간 자신이 국회에서 입법해 이룬 지역현안 해결과 예산 확보를 공유하자 지지자들은 연신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분위기는 최고조를 향했다.

이어진 내빈소개 시간. 의원이 직접 호명하자 내빈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민들에게 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10분이 지났을까? 박수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고 뒤를 돌아보니 청중의 절반이 줄어있었다.

뒷자리에 앉은 몇 명의 주민들은 지루함을 느꼈는지 웃음과 짜증을 동반한 목소리로 "이제 그만 좀 해"라고 작게 볼멘소리를 냈다. 의원도 정적인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연신 미안함을 표했고 그렇게 한참을 더 소개가 이어진 뒤 둘러보니 관중석은 휑한 모습을 드러냈다.

총선에 출마할 의원으로선 내빈소개는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지지해 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이해하지만,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와준 대다수 시민들에 대한 배려가 아쉬웠다. 내빈들에게 양해를 구해 양옆에 설치한 스크린으로 이름을 나열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이내믹하게 의정활동 성과 알림에 중점을 두고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무대를 연출했으면 폐회 때 모두 만족하지 않았을까 느꼈다.

소심히 불만을 외친 이들을 보면서 삶의 고통이 크지만 소리를 내지 못하고 반향을 얻지 못하는 이른바 ‘소리 없는 아우성’이 떠올랐다.

손용현 지역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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