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분, 94분, 99분, 96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4강전을 포함해 최근 4경기서 골을 터뜨린 시간이다.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한국 축구는 이른바 ‘좀비 축구’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었다.

패배가 짙어가는 경기 막판, 정규시간도 다 지난 상황에서 극적인 골을 만들며 승부를 뒤집고 4강까지 진출한 것을 두고 붙여진 별명이다. 또 패배의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승리를 갈구하는 선수들의 자세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다.

‘역대 최강 스쿼드’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한국 축구대표팀은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받았다. 그러나 친선경기 등에서 보여준 저조한 경기력 탓에 우승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한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무전술이 전술’이란 비아냥을 받을 만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은 팬들의 의구심을 샀다. 실제로 조별리그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팀들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다만 선수들이 보여준 정신력, 경기 막판 극도로 발휘하는 승리에 대한 집념이 한국의 4강행을 이끌었고 한국 축구팬들은 그에 대해 깊은 희열을 느끼고 있다.

손흥민, 김민재를 필두로 우리 선수들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 검증된 우수한 자원들이다. 어찌 보면 개인에 대한 역량만 따져 봤을 때 4강 진출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선수 개인의 능력과는 별개로 팀으로써 성과를 내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4강 진출은 선수들의 투혼과 투지가 만들어 낸 값진 승리의 역사다.

우승까지 2경기 남았다. 우리 선수들이 남은 경기에서 승리에 대한 간절함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64년간 이루지 못했던 우승의 한을 풀어주길 기대한다.

이세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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