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유전자를 가졌어
갓난이 때 강보에서 시작했지
학교 다닐 때는 책보, 떡시루에 올려 떡 찌던 떡보,
시집갈 때 폐백보
일회용 크린백만큼 무수한 보자기
진심을 포장했지
명절 끝 부모님이 건네준 보자기에는
갖가지 음식들
감탄의 웃음보가 터졌지
언제부터인가
밤마다 싸다가 풀기를 반복하던 어머니
안방 장롱 속에
크기 다른 보자기가 쌓여 갔어
긴긴밤 보자기가 어머니의 기억을 싸고 있었을까
마지막 밤 꿈꾸듯
보자기 꾸러미를 들고 먼 길 가셨어
어머니와 보자기는
같은 뿌리였나 봐
이둘임 시인
2021 황토현시문학상 입선, 2022 제1회 시사불교메너리즘 신춘문예 시부문 우수상, 석정이정직문학상 시부문 대상, 솜다리문학상 등 수상
시집 광화문아리아, 우리 손 흔들어 볼까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