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건축왕’에게 사기죄의 법정최고형이 선고된 7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전세사기피해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선식기자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건축왕’에게 사기죄의 법정최고형이 선고된 7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전세사기피해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선식기자

인천 미추홀구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인 남모(62)씨에게 사기죄의 법정최고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판사 오기두) 7일 선고 공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범죄 수익 115억5천여 원 추징을 명령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는 각각 징역 4∼1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거의 안정권은 천부인권이며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남씨는 주택 2천708채를 보유했는데 이는 사회적 용인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피해자들은 임대차계약시 ‘남씨의 주택 보유 현황과 명의에 대한 정보 등을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해,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을 기망해 재산을 편취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남씨 일당이 벌인 사업이 총사업비의 80%가 대출로, 나머지 20%는 전세금으로 이뤄진 것을 지적하며 "돌려막기로 애초에 수익 창출이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하며 이례적으로 법 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지만 남씨와 같이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지른 피고인은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 1까지 형을 더할 수 있다.

재판부는 "사기죄에 대해 선고할 수 있는 한도는 징역 15년에 그치고 있다"며 "현행법은 인간 생존의 기본 조건인 주거의 안정을 파괴하고 취약계층의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사회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사기 범죄를 예방하는 데 부족하다"고 했다.

이날 법원 앞에서는 남씨로부터 피해를 당한 이들로 구성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대책위는 "7일은 전세사기로 인해 처음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분의 기일"이라며 "남씨 일당에게 조직적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수천 세대에 이르는데 이들의 형량은 너무나 낮다"고 했다.

이어 "불구속되거나 아직 수사중인 공범들은 지금도 활개를 치면서 또 다른 사기를 치고 있다"며 "반드시 이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법이 허락하는 최고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 보증금 148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남씨 일당의 전체 혐의 액수는 453억 원(563채)이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먼저 기소된 148억 원대 전세사기 사건만 다뤄졌다. 추가 기소된 나머지 305억 원대 전세 사기 재판은 따로 진행 중이다.

김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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