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장을 보기 위해 집 근처 이마트를 가면 제일 먼저 ‘노브랜드’ 매장을 찾는다. 자취를 하고 있어 간편식을 자주 먹는 편인데, 노브랜드 제품이 일반 상품보다 저렴하고, 맛도 생각보다 괜찮았기 때문이다.

A씨는 "요즘 물가가 많이 비싸서 기존에 먹던 것들을 노브랜드 상품으로 바꿔서 먹어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품질이 좋다"며 "어떤 제품은 일반 제조사 상품이랑 비슷한데 가격은 절반 밖에 되지 않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A씨 같은 1인 가구 직장인이나 맞벌이 부부 등이 많이 사용하는 간편식이 인기를 얻고,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유통업체들의 자체 브랜드(PB)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PB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 협력해 생산한 뒤 자체 브랜드로 내놓으면서 마케팅·유통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 가격을 낮춘 상품이다. 이마트 노브랜드, 롯데 온리프라이스, GS25 유어스 등이 대표적이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오프라인 소매점 약 6천500곳의 2022년 4분기∼2023년 3분기 1년간의 매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PB 상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8% 성장했다. 같은 기간 1.9% 성장에 그친 전체 소비재 시장 성장률보다 약 6배 높은 수치다.

특히 식품 부문 PB상품 시장은 전년 대비 12.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비식품 분야(7.4%)보다 많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가정간편식(HMR) PB 상품의 경우 대형마트·슈퍼마켓·편의점에서 모두 즉석 국·탕·찌개 매출은 PB가 일반 제조사 브랜드를 앞질렀다.

대한상의는 "소비자 물가가 오르면서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품질대비 저렴한 PB상품 구매를 늘리고, 필요하지 않은 비식품 식품 구매는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부일보 취재진이 찾은 이마트 노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짜장라면’ 5개입 상품의 경우 2천280원으로, 대표적인 짜장라면으로 꼽히는 농심의 짜파게티 5개입 상품(4천880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또한 홈플러스가 내놓은 PB우유 시그니처 1A 우유 900㎖는 2천290원으로, 매일유업·남양유업 등의 같은 용량 우유보다 700원 저렴했다.

식품 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가격도 파격적이다. 이마트의 전자제품 PB ‘일렉트로맨’의 65인치 QLED TV는 89만9천 원으로, 같은 사양의 대기업 제품 가격보다 3배 이상 저렴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유럽에서는 경제 저성장기에 실속소비 패턴이 정착하면서 자체 브랜드 시장이 크게 성장했는데 우리나라도 최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유통업계 평균 자체 브랜드 점유율이 21%인 점을 감안할 때 국내 PB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창희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