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일정에 ‘화장실’을 넣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들어봤을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는 공중 화장실이 없거나, 있더라도 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프랑스 파리의 한 공원에서 공중 화장실을 찾았음에도 "불편할 테니 웬만하면 가지 마라"는 말을 듣고 숙소에 돌아갈 때까지 화장실 생각을 잊으려 노력(?)한 경험도 있다.

한국만큼 공중 화장실이 잘 돼있는 나라도 드물다. 적어도 화장실이 없을까 봐 음료를 일부러 안 마신다던지, 어렵게 발견한 화장실 앞에서 문을 열기 위해 다급하게 동전을 짤랑거리는 일은 없다.

‘지역의 첫인상은 공중 화장실이 결정한다’는 말도 있다. 특히 수원시는 첫인상 이상으로 화장실에 많은 애정을 쏟아 왔다.

시는 개발도상국 10개국 26곳에 ‘메이드 인 수원 화장실’을 보급했고,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에서 29차례나 수상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재준 시장이 세계화장실협회(WTA) 제6대 회장이다.

하지만 최근 취재 과정에서 접한 수원의 몇몇 화장실 이용객들은 다소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매교역에선 화장지 수급이 지연된다며 일부 용변 칸을 폐쇄했으며, 거북시장 공중 화장실은 안전사고 예방을 이유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문을 잠근다.

각각의 장소가 열차 탑승 전·후로 화장실 사용이 잦은 지하철역, 주점 등이 밀집한 상권이라는 점에서 이용객들의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수원인 만큼, 담당 부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관리해야 한다.

이용객들 또한 불미스러운 일로 화장실 이용이 제한되지 않도록 공중 화장실을 내 집처럼 아끼는 자세가 필요하다.

강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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