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의대 증원’ 발표에 맞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22일 사상 처음으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졸지에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게 된 간호사들은 진료의 부담감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간호사들이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에 법적 보호 장치도 없이 불법 진료에 내몰리고 있다"며 "하루하루 불안감 속에서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만큼 환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들은 추후 보복성 고발까지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피해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번 주부터 당장 진료와 수술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일부 병원에선 응급실 입실이 지연되거나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긴급으로 받아야 되는 수술이 갑자기 취소됐다’는 내용의 게시글들이 쏟아졌다.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순 있다. 하지만 당장 치료가 급한 환자들을 두고 의료 현장을 떠나는 방식의 투쟁은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어렵다. 무엇보다 그동안 의사 부족으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지방 공공병원 폐쇄 등 많은 의료위기를 겪어온 게 사실이다. 의사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환자의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다시 한번 되새기길 바란다.

의사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권리보다 직업적 사명감과 본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수연 디지털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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