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꾀하는 데 내세우는 합당한 구실이나 이유 따위’.

대의명분의 사전적 정의다.

행동에는 온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사회에는 대의명분이 사라지고 사리사욕(私利私慾)만 남아있는 듯하다.

생명을 구하는 것이 가장 궁극적인 명분인 의사들은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환자를 포기한다.

되레 환자의 목숨을 두고 정부를 협박하고 있는 셈이다. 인류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잊힌 지 오래다.

필수·지역의료 붕괴에 대한 뾰족한 대응책 없이 의대 정원 증원을 막을 뿐이다. 심지어 공공의료원에 파견된 전문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무단결근 중이다. 그들의 무책임함으로 인해 몇몇은 목숨을 잃고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는다.

또한 정부는 정책에 문제제기하는 국민의 입을 막는다. 카이스트 졸업식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외친 학생은 입을 틀어막히고 강제로 끌려 나가야만 했다.


"민생 현장 속으로 들어가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겠다"고 한 윤 대통령의 신년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입으로는 국민을 외치지만, 정작 자신의 안위에만 관심이다.

이념보다는 이익에만 매몰된 공천과 신당 창당으로 인해 국민은 벌써부터 정치에 염증을 느낀다.

여태까지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었던 국회의원들이 여의도를 떠나 지역에서 굽신거린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하겠다는 케케묵은 선거철 단골 멘트를 되풀이하고 있다.

대의에는 명분이 따라야 하고 명분이 없으면 대의가 서지 않는다. 사리사욕을 가리기 위한 명분은 반드시 진위가 밝혀지고 민낯을 보이게 돼 있다.

실종된 명분을 찾고 사익보다 대의를 향해갈 때이다.

이지은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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