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웠던 추위가 누그러들고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

아직 제법 쌀쌀한 날씨지만 거리에 있는 나무들은 봄을 준비하듯 몽우리가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긴 동절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경제 등 다양한 분야서 그 어느 때보다 추운 시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합계출산율이 0.7명대를 기록했다. 해마다 저점을 기록하는 가운데 올해는 0.6명대로 추정되면서 지방소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경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와 지구촌 곳곳에서 발발한 전쟁으로 우리나라도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외식물가, 식자재값의 인상으로 주변 사람들은 "내 월급 빼고 안 오르는 게 없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약청정국으로 칭하던 우리나라에서 마약 사건은 더 이상 낯선 소식이 아니게 됐다. 특히 살인·폭행·방화·강간 등에 대한 소식에도 사람들은 비교적 무딘 반응을 나타낸다.

며칠 전 유튜브를 통해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시청했다. 30여 년밖에 안 된 시간이지만 그사이 우리나라는 많은 변화가 있었단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여겨볼 점은 이웃 간 교류였다.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도 이웃과 나누고 함께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어찌 보면 드라마 속 모습이 대한민국의 봄이었고, 변화의 시기를 거쳐 현재 겨울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냉혹한 추위에 사람들의 마음도 꽁꽁 얼어붙었을지도 모른다.

긴 추위 끝에 대한민국에도 다시 봄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드라마 속 세상이 현실에 투영됐으면 한다.

이명호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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