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일보는 올 한해 경기도 내에서 운행하는 다양한 시내버스를 타고 관광명소, 전통시장 등 가볼만한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장소나 지역의 명소를 방문하고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그 곳에 담겨있는 스토리를 조명하고자 한다. 연중기획으로 이어지는 ‘버스타고 한 바퀴’의 세 번째 순서는 남한 유일의 실력항쟁지인 안성의 역사를 담아 만들어진 ‘안성3·1운동기념관’을 둘러볼 수 있는 7번 노선이다.

안성3.1운동기념관 앞 정류장에서 7번 버스에 승객이 탑승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안성3.1운동기념관 앞 정류장에서 7번 버스에 승객이 탑승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3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념일이 있다. 바로 3·1절이다.

이날은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 나간 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이다.

경기도에서는 당시 수원군을 시작으로 3·1운동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중 가장 독립운동이 거셌던 지역은 안성군이었으며 이를 기념하기 위한 3·1운동기념관 역시 현재 안성시에 위치해 있다.

안성종합버스터미널를 기점으로 원곡면사무소를 잇는 7번 버스. 해당 버스는 평균 140~190분의 배차간격으로 인해 하루에 4대 밖에 다니지 않지만 7-9번과 함께 ‘유이’하게 안성3·1운동기념관을 경유하는 노선이다. 기점에서부터 종점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가량 소요된다.

첫 차는 9시25분에 출발하는데 이 버스를 놓치면 최소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시간을 지키는 것은 필수다.

버스를 타고 창문 밖을 둘러보면 어느새 좁아진 길목과 세월의 때가 묻어있는 많은 정류장을 지나치게 된다. 특히 길이 고불고불하기로 유명한 만세고개를 지날 때면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정면에서 바라본 덕봉서원. 이성관 기자
정면에서 바라본 덕봉서원. 이성관 기자

◇덕봉서원에서 선비의 정신을 기리다=7번 버스릍 타고 45분쯤 달리면 경기도유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덕봉서원에 도착한다.

덕봉서원은 충정공 오두인(吳斗寅, 1624~1689)의 충절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한 서원이다. 1695년 지방유림의 공의로 오두인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창건됐으나 1697년 덕봉(德峰)이라고 사액되며 사액서원으로 승격했다.

이 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 정책에도 훼철되지 않고 존속한 47개 서원 중 하나로 유명하다.

버스에서 내리면 붉은 기둥의 홍살문(능(陵)·묘(廟)·원(園) 등의 앞에 세우던 붉은색을 칠한 나무문)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홍살문을 지나 이어진 길을 지나면 덕봉서원이 나온다.

서원의 정문을 넘어서면 강학(교육)공간인 정의당이 가장 앞에 위치해 있다. 그 뒤로는 재사(齋舍, 학문과 덕행, 충효가 뛰어난 인물 등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건축물)인 서재와 동재, 그리고 제향공간인 덕봉사우가 위치해 있다. 특히 덕봉사우의 현판에 적힌 한자는 숙종이 직접 적어 사액한 것이다.

서원 자체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고즈넉한 풍경을 담고 있는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들리기 좋은 곳이다.

정면에서 바라본 안성3.1운동기념관. 이성관 기자
정면에서 바라본 안성3.1운동기념관. 이성관 기자

◇저항의 역사를 담은 안성3·1운동기념관=덕봉서원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10분여를 가게 되면 만세고개에 위치한 안성3·1운동기념관이 나온다. 해당 기념관은 1919년 안성지역의 3·1운동을 기념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2001년 개관했다.

안성은 1919년 경성지방법원이 손병희 외 47인의 판결문’에서 언급한 지역 중 하나로 황해도 수안군, 평안북도 의주군과 더불어 전국 3대 실력항쟁지로 불린다. 현재 나머지 두 지역이 북한에 위치한 만큼 남한에서는 유일한 실력항쟁지다.

그만큼 안성시에서는 격렬한 항일운동이 전개됐다. 실제 3·1운동 발생 이후 한 달여가 지난 4월 1~2일에는 주민 2천여 명이 무력행동을 통해 일제식민기통치기관을 몰아내고 ‘2일간의 해방’을 이룩했을 정도다.

안성3·1운동기념관은 입구부터 수많은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태극기를 포함해 과거에 사용된 다양한 모습의 태극기도 만나볼 수 있다.

기념관에 들어서 왼쪽을 바라보면 제일 먼저 전시관이 있다. 전시관 외부에는 ‘일제의 만행체험’을 통해 일제시대 고문기구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전시관 내부로 들어가면 안성의 3·1운동 전개 과정을 나타내는 다양한 사료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안성이 3대실력항쟁지로 불리게 된 경위와 ‘2일간의 해방’ 이후 벌어진 일제의 만행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또한 기획전시관에서는 오는 6월 30일까지 안성의 독립운동가인 한재호 특별전시회가 개최되고 있어 3.1운동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쯤 방문해볼만 하다.

이 외에도 독립유공자 328명의 위패가 봉안돼 있는 광복사나 3.1독립 항쟁 기념탑 등을 천천히 둘러보며 당시 독립을 위해 노력한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되돌아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안성3.1운동기념관 전시관 내부. 이성관 기자
안성3.1운동기념관 전시관 내부. 이성관 기자

◇디저트와 함께하는 칠곡저수지=다시금 오랜 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5분만 가면 ‘용소. 직사. 칠곡저수지’ 정류장에서 내리게 된다. 해당 정류장에서 10분을 걸어가게 되면 칠곡저수지가 나타난다.

칠곡저수지는 약 17만㎡ 면적에 둘레는 약 2㎞로 걸어서 돌아본다면 약 30분가량 소요되는 평범한 저수지다. 이 곳이 특별한 이유는 저수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카페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도에서 찾아보기만 해도 10곳이 넘는다.

이중 아무 곳이나 마음에 드는 카페를 골라 들어간 뒤 저수지의 풍경과 함께 음료와 디저트를 맛보면 된다.

안성 칠곡저수지 전경. 이성관 기자
안성 칠곡저수지 전경. 이성관 기자

카페에서 나와서는 한적한 저수지를 산책하는 것도 추천한다.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물을 바라보는, 이른바 ‘물멍’을 하기에도 좋은 장소이기 때문에 정서적인 안정감을 갖기에 좋다.

지난달 29일 카페에서 만난 노부부는 "우리같은 노인들이 산책하기에도 크게 부담이 없고, 힘들면 인근에 있는 카페에 들어와서 쉬면 되니까 가끔 오곤 한다"며 "특히 요즘같이 날씨가 쌀쌀할 때는 산책 후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삶의 낙이 된다"고 말했다.

이성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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