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가야겠어"

80살이 넘은 노모와 한 달 전께 싸움을 벌였다. 노인의 척추에 금이 간 게 화근이었다. 노인은 슈퍼를 다녀오다 얼음이 채 녹지 않은 길에서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다.

80년을 자신의 몸뚱아리와 살아서였을까 노인은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곧 괜찮아질 것"이라며 병원 가길 한사코 거부했다.

하지만 상황은 4~5일이 지난 다음 달라졌다. 침대에서 일어서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기자는 노인에게 집 근처의 공공병원을 추천했지만 큰 외삼촌 내외의 걱정이 화근이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큰 외삼촌 내외는 "서울에 허리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자"고 노인을 설득했다.

그때부터 싸움이 시작됐다. 인천에서 치료를 받자는 기자와 서울에서 치료를 받겠다는 큰 외삼촌·어머니가 의견 다툼이 난 것이다.

평소에는 약값 아깝다며 강한 척하던 노인이 통증을 견디지 못하자 결국 서울의 병원을 찾았다. 노인이 평소 입버릇처럼 "우리 동네에는 없는 게 없다"고 말하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정부는 의료 대란에 대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서울을 향한 환자 쏠림은 빼놨다. 김영주 국민의힘 의원이 암 환자 원정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암 환자 103만 명이 빅5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빅5병원의 암 환자 10명 중 4명이 비수도권 거주자인 것이다.

의사 수를 늘려 필요지역이나 필수의료 분야에 넣겠다는 계산이다. 빅5병원이나 인기학과를 가지 못한 ‘2등 의사’들로 채운다는 이야기니까. 문제는 제 몸 아플 때는 산넘고 물건너 서울로 상경하는 사람들이 2등 의사들에 만족할까 의문이다.

부족한 의료 현장에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1등의사들을 지역이나 필수의료 분야에 유도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환자들의 서울찬가를 극복할 방법도 논의돼야 한다. 노인이 인천의 한 공공병원에서 시술을 받고 쾌차한 뒤 서울 이야기가 쏙 들어간 것처럼 지역 의료에 대한 투자를 통해 믿음을 줘야 한다.

김상윤 인천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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