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미션 시리즈 ‘수원역’. 정경아 기자
추리미션 시리즈 ‘수원역’. 정경아 기자

"당신은 지금…기억삭제가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오후 1시 7분 수원역, 내 앞에 길을 가던 한 소녀가 떨어뜨린 수첩과 명함을 주웠다. 명함 속 문양이 왠지 익숙한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나는 왜 수원역에 와 있는 거지?

AR(증강현실) 등 11가지 ICT(정보통신기술)를 결합한 추리미션 게임 ‘수원역’의 도입부이다.

추리미션 시리즈 ‘수원역’. 정경아 기자
추리미션 시리즈 ‘수원역’. 정경아 기자

‘수원역’은 작품을 단순 관람하거나 해설을 듣는 3인칭 시점에서 벗어나 관광객이 직접 이야기 속 주인공이 돼 경험하는 1인칭 시점의 관광콘텐츠이다. 총 5부작으로 제작돼 지난 1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한 편씩 공개되고 있다.

게임 플레이어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미션을 풀어나간다. 일상 속 장소인 수원역과 그 일원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하는 일반적인 방탈출 게임보다 몰입감이 높다.

또한, 드라마적 요소로 현실감을 더한 것도 ‘수원역’의 특징이다. 게임 진행률에 맞춰 재생되는 영상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 속 세상에 들어와 있는 듯 자신의 역할에 빠져들게 만든다.

추리미션 시리즈 ‘수원역’. 정경아 기자
추리미션 시리즈 ‘수원역’. 정경아 기자

1화 ‘기억의 문’은 기억을 잃은 ‘나’(게임 플레이어)가 천재 해커 ‘천재은’, 수원서부경찰서 사이버수사과 형사 ‘강진혁’을 만나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고 역사를 묻으려는 음모인 ‘기억삭제 프로세스’를 파헤쳐가는 내용을 다룬다.

갑작스레 ‘나’에게 다가와 기억삭제가 되는 중이라며 스마트폰을 건네는 강 형사. 화면을 터치해 전화를 받으니 바로 미션이 시작된다.

첫 문제는 튜토리얼(tutorial, 게임 조작법을 알려주는 단계)에 가까워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다. AR을 이용해 수원역사 내에서 단서를 획득하고, 암호 해독을 위해 옛 전화기로 전화를 걸며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았다.

이후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사건기록’을 수령하면서부터 난이도가 올라간다. 여러 단서를 조합해야 하거나 앞서 발견했던 단서와 연관되는 문제가 나온다.

1화의 마지막에는 천재은과 함께 했던 또 다른 프로그래머 ‘이선경’이 추가로 등장하며 다음 편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또한, ‘수원역’은 게임 진행 중 몸을 움직여야 하는 ‘행동 미션’이 있어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도 적합한 콘텐츠이다. 이동 거리는 1km 안팎에, 게임 플레이 시간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추리미션 시리즈 ‘수원역’. 정경아 기자
추리미션 시리즈 ‘수원역’. 정경아 기자

‘수원역’을 체험하며 만난 한 어린이는 "집에서 매일하는 휴대폰 게임과 다르다"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카메라로 찍고, 문제도 푸니까 훨씬 재밌다"고 말했다.

게임 진행 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사건기록’ 수령 시간이다. 수령처가 오후 6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여유를 두고 5시 이전 수원역 출발을 권장한다. 또 이어폰 및 필기구를 지참하면 게임을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추리미션 시리즈 ‘수원역’ 중 문제 해결의 단서를 제공하는 ‘사건 기록’. 정경아 기자
추리미션 시리즈 ‘수원역’ 중 문제 해결의 단서를 제공하는 ‘사건 기록’. 정경아 기자

현재 2화 ‘새로운 모험’까지 공개된 ‘수원역’은 ▶3화 ‘다가오는 그림자’ ▶4화 ‘가려진 영웅들’ ▶5화 ‘기억 속으로’가 오는 15, 22, 29일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게임을 따라 수원역부터 화성행궁까지 원도심 구간 내 수원역, 구 경기도청, 수원향교, 부국원, 수원교회 등 수원의 근현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추리미션 시리즈 ‘수원역’을 체험 중인 어린이. 정경아 기자
추리미션 시리즈 ‘수원역’을 체험 중인 어린이. 정경아 기자

‘수원역’은 구글플레이 또는 앱스토어에서 ‘수원화성의 비밀’ 앱을 다운로드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다음 달 30일까지 무료 시범운영 후, 5월부터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수원역’은 MZ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경험콘텐츠이자 원도심 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관광콘텐츠로,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정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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