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2009년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비둘기를 여전히 도조(道鳥)로 유지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14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장안공원에서 비둘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임채운기자
경기도가 2009년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비둘기를 여전히 도조(道鳥)로 유지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14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장안공원에서 비둘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임채운기자

1988년 올림픽 등 행사 때 방사
기하급수적 증가해 골칫거리 전락
2009년엔 환경부서 유해동물 지정

비둘기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경기도가 여전히 도조(道鳥)를 바꾸지 않고 있어 비판이 제기된다.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경기도가 유해동물인 비둘기를 도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14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지난 2005년부터 공식적으로 비둘기를 상징 새로 지정해 왔다. 북한과 접경한 시·군이 많다는 지리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어 통일과 평화를 뜻하는 비둘기를 상징 새로 지정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지자체 상징물은 지역 행사에서 볼 수 있거나 마스코트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 지역만이 가진 특징을 외부에 알리거나 홍보하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경기도북부자치경찰위원회도 친근한 자치경찰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비둘기를 공식 캐릭터로 지정하기도 했다.

14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장안공원에서 비둘기들이 시민들이 던져놓은 먹이를 먹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임채운기자
14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장안공원에서 비둘기들이 시민들이 던져놓은 먹이를 먹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임채운기자

도내선 동두천시, 파랑새 첫 변경
안산시도 '노랑부리백로' 새 지정

그러나 지난 2009년 집비둘기가 환경부에서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후 비둘기를 상징물로 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집비둘기는 길거리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비둘기 종으로, 배설물로 인한 건물 부식 및 악취 문제 등에 대한 민원이 잇따르면서 유해동물로 지정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등 국제 행사 때 방사된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실제로 경기도 일부 시·군에선 유해동물 지정을 이유로 상징 새를 바꾸기도 했다.

가장 먼저 변경한 지자체는 동두천시다. 동두천시는 지난 2011년 상징 새인 비둘기가 유해동물로 지정됨에 따라 파랑새로 시조(市鳥)를 변경했다.

안산시와 오산시도 각각 2013년, 2015년 시조를 바꿨다. 1986년부터 비둘기를 시조로 지정한 안산시는 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로 새 상징물로 노랑부리백로를 선택했고, 오산시도 오산의 ‘오’를 뜻하는 까마귀로 지정했다.

이후 지난 10여 년간 지자체마다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올해 4월 의정부시가 시조를 비둘기에서 백로로 변경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정부시도 유해 동물을 상징물로 지정한 것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시는 1972년 시조를 비둘기로 정했는데, 그 당시 지자체마다 비둘기를 시조로 지정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데다 지역 특색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시민 선호도 조사를 거치고 52년 만에 상징 새를 바꾸기로 했다.

14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장안공원에 '비둘기 먹이 제공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임채운기자
14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장안공원에 '비둘기 먹이 제공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임채운기자

도, 2년전 경기연에 의뢰 교체추진
연구위원 미채용… 변경 작업 수포
"올해 상징물 정비 연구 의뢰 예정"

여전히 비둘기를 상징 새로 유지하고 있는 지자체도 4곳이나 된다. 이중 구리시의 경우 지난해 11월 ‘비둘기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많은 지자체에서 (상징물로서) 퇴출당하고 있다. 시대 흐름을 반영할 수 있는 새 상징물을 정할 때가 됐다’는 취지의 의견이 시정질문에서 제기돼 상징물 변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탈비둘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경기도는 20년 가까이 상징 새를 바꾸지 않고 있다.

수원 팔달구민 이모(50) 씨는 "지자체 상징물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옅어졌다 해도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유해동물이 돼선 안 된다"며 "도 이미지 때문이라도 얼른 바꿔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도 역시 상징물 정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2년 전 상징 새 변경을 추진하기 위해 경기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했으나 연구위원이 채용되지 않아 시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 관계자는 "올해는 상징 새를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조만간 연구원에 상징물 정비 연구를 의뢰할 계획이다. 도민 선호도 조사 등을 통해 비둘기를 도조로 유지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경민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