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공무원에 대한 추모 기자회견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공무원들은 악성민원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희생된 공무원들의 고통을 상징하는 다잉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공무원들이 악성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장에서 민원인을 직접 대면한 상황에서 폭언과 협박은 누구나 견디기 어렵지만 근무 연수가 짧을 경우 대처가 더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악성민원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폭언과 욕설, 협박이 가장 많고, 성희롱, 신체접촉, 폭행 순이다.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장시간 인격모독적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어 전화벨만 울려도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동들에 계속 노출되면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자존심이 떨어지고 공포와 자괴감으로 인해 결국 사표를 던지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양대 공무원노조는 정부가 대책 마련에 무관심한 사이 어쩔 수 없이 퇴직을 선택하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공무원들이 많은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고소·고발 조치가 필요할 정도의 악성민원을 경험해도 소속 기관에서 공무원의 입장을 지원하기보다 민원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도록 종용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심각한 갈등 상황을 조용히 해결하겠다는 의도가 공무원들에게 이중삼중의 피해를 주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악성민원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받는 공무원도 많아지고 있다. 악성 민원인과 거주지가 겹칠 경우 동네 마트 쇼핑조차 꺼리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악성 민원인을 마트에서 만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민원창구 현장에 공무원을 보호하는 투명 가림막이나 사무실 출입을 막는 차단 시설이 있지만 효과는 거의 없다. 또한 민원인의 폭언이 발생할 때 매뉴얼에 따라 녹음 고지 후 대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지만 돌발 상황에서 그런 침착한 대응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악성 민원인에 대한 고소·고발 의무화와 기관장 책임 강화, 민원 응대인력 확충과 업무 담당자 처우 개선 등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공무원의 인권이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공무원에게도 당연히 지켜지고 보호받아야 할 인권이 있다. 공무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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